“참담한 심정…국민께 이해와 용서 구해”
“광복회, 역사적 퇴행·훼손 볼 수만 없어”
“건국절, 이승만에 면류관·독립운동 부정”
이종찬 광복회장은 15일 서울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정부 공식 경축식과 별도로 진행된 제79주년 광복절 기념식에서 “피로 쓰인 역사를 혀로 논하는 역사로 덮을 수는 없다”고 밝혔다. [연합] |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이종찬 광복회장은 15일 “피로 쓰인 역사를 혀로 논하는 역사로 덮을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 광복회장은 이날 서울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진행된 제79주년 광복절 기념식 기념사에서 이같이 말한 뒤 “자주독립을 위한 선열들의 투쟁과 헌신, 그리고 그 자랑스러운 성과를 폄훼하는 일은 국민들이 결코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광복회장은 먼저 “참담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다”며 광복절 기념행사가 정부의 세종문화회관 경축식과 광복회를 비롯한 독립운동단체들의 기념식으로 둘로 쪼개져 진행된 데 대한 심경을 토로했다.
그는 기념사에서도 “최근 진실에 대한 왜곡과 친일사관에 물든 저열한 역사인식이 판치며 우리사회를 혼란에 빠트리고 있다”며 “독립운동가들의 후손이 모여 독립정신을 선양하고자 하는 광복회는 결코 이 역사적 퇴행과 훼손을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의 역사의식과 정체성을 지키기 위한 물러설 수 없는 투쟁의 일환으로 광복회원들의 결기를 보여줘야 했다”면서 “이것은 분열의 시작이 아니라 전 국민이 한마음 한뜻으로 광복의 의미를 기리는 진정한 통합의 이정표를 세우기 위함”이라며 국민께 이해와 용서를 구했다.
이와 함께 이 광복회장은 “한 나라의 역사의식과 정체성이 흔들리면 국가의 기조가 흔들린다”면서 “최근 왜곡된 역사관이 버젓이 활개치며 역사를 허투루 재단하는 인사들이 역사를 다루고 교육하는 자리 전면에 등장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1948년 8월 15일 ‘건국절 논란’에 대해서는 “건국절을 만들면 얻은 것은 단 하나 이승만 초대 대통령에게 ‘건국의 아버지’라는 면류관을 씌어주는 일”이라며 “하지만 우리는 실로 많은 것들을 잃게 된다”고 비판했다.
이어 “일제강점을 합법화하게 되고 독립운동의 역사를 송두리째 부정하게 된다”며 “나라가 없었다 한다면 일제의 강점을 규탄할 수도 없고 침략을 물리치는 투쟁도 모두 무의미하고 허망한 일이 되고 만다”고 지적했다.
또 “무엇보다도 일제 강점에 대한 책임을 묻고 일본에 대해 역사를 올바로 기록하라는 우리의 요구가 힘을 잃게 된다”고 덧붙였다.
이종찬 광복회장은 15일 서울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정부 공식 경축식과 별도로 진행된 제79주년 광복절 기념식에서 “피로 쓰인 역사를 혀로 논하는 역사로 덮을 수는 없다”고 밝혔다. [연합] |
이 광복회장은 계속해서 “저는 요즈음 역사를 만드는 일, 역사를 기록하는 일, 역사를 지키는 일, 역사와 선열들의 정신을 후세에 전하는 일 모두가 사실상 투쟁임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면서 “해방된 지 80년이 다된 지금까지도 역사부정과 왜곡이 반복되고 그럴듯하게 변형돼 세상을 어지럽히고 있기 때문”이라며 기념사를 이어갔다.
정치권을 향해서는 올바른 역사 인식과 민족정신을 갖출 것을 촉구하면서 “분열과 대립의 빌미를 역사에서 찾지 말라”고 호소했다.
그는 보수진영에는 “안타깝게도 독립운동을 폄훼하고 건국절을 들먹이는 이들이 보수를 참칭하고 있다”며 “보수의 진정한 출발은 진실된 역사에 굳건히 발 딛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진보진영을 향해서도 “역사적 맥락과 전체를 보지 못하고 역사 단편의 과장으로 정치적 목적에 활용하는 오류도 진보진영에서 보여주고 있다”면서 “역사는 통합과 미래로 나아가는 동력이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 광복회장은 “광복절은 우리 근현대사에 가장 환희에 차고 위대한 역사기념일”이라면서 “이제 다음은 무엇이어야 하겠느냐. 이제 어떤 역사기념일을 기약해야 하겠느냐. 바로 ‘한민족이 하나되는 날’이 돼야 한다”며 한민족 통일의 ‘통일절’을 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내년이면 을사늑약 120주년, 광복 80주년, 광복회 창립 60주년이 된다. 한일수교 60주년이기도 하다”며 “우리는 더 단단한 역사인식 그리고 한마음 한뜻으로 통합된 정체성을 가지고 내년을 맞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기념식은 광복회 주최, 독립운동단체연합 주관으로 열렸으며 광복회를 비롯한 56개 독립유공단체가 참여하고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 및 원내대표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용혜인 기본소득당 대표 등 야당 인사도 참석했다.
shindw@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