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오상현 기자] 인구수 세계 2위, GDP 세계 3위의 나라 인도. 아르준 전차는 이런 엄청난 나라가 만든 전차입니다.
1947년 8월 15일. 인도는 우리나라 보다 2년 늦게 영국으로부터 독립합니다.
하지만 독립 직후 이슬람 세력을 중심으로 한 파키스탄 자치령과 힌두교 세력을 중심으로 한 인도 자치령 간의 내분이 일어났고 결국 1950년 인도 공화국이 먼저 수립된 후 1956년 파키스탄 이슬람 공화국이 탄생합니다.
이미 각자 공화국을 설립하기 전인 1948년에 카슈미르지역에서 한 차례 전쟁을 치렀던 경험이 있는 인도와 파키스탄.
1962년 국경선이 명확하지 않았던 인도와 중국 사이에 전쟁에서 인도가 패배한 것을 본 파키스탄은 3년 뒤인 1965년 다시 카슈미르 지방을 차지하기 위해 전쟁을 일으킵니다. 하지만 결국 소련의 중재로 이 전쟁은 1년 만에 끝이 납니다.
그렇게 상황이 정리되나 싶던 양국 관계는 1971년 다시 악화됩니다.
1970년 동파키스탄에 태풍이 상륙했고 국토의 대부분이 수몰되어 30~50만명에 달하는 사망자를 기록했는데 서파키스탄의 중앙정부는 동파키스탄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습니다.
이에 분노한 동파키스탄 시민들은 독립운동을 벌였고 이를 저지하기 위해 파키스탄군이 파견됐죠.
하지만 이로 인해 대규모 난민이 인도에 유입되자 인도도 이를 지켜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습니다.
1971년 인도가 동파키스탄의 독립을 위해 개입했고 결국 파키스탄과의 세 번째 전쟁이 벌어지고 맙니다.
역시 인도는 압도적인 병력과 자원으로 전쟁에서 승리했고 이 전쟁을 계기로 동파키스탄은 방글라데시로 독립하게 됩니다.
인도가 아르준 전차를 계획하게 된 계기가 바로 이 3차 인도-파키스탄 전쟁에 있습니다.
당시 격전지였던 라자스탄의 타르 사막에서 영국의 빅커스 마크1을 면허 생산한 인도군의 비자얀타 전차는 무기력했습니다.
인도는 50도가 넘는 고온에 견디고, 사막이라는 험난한 지형조건을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전차가 필요했죠.
당시 인도 주력전차였던 비자얀타 전차는 105㎜ 강선포에 장갑 두께가 80㎜, 39t의 전투중량으로 최고시속 50㎞, 항속거리 630㎞를 자랑하는 당대 최고 사양의 전차라고 평가받을 정도였습니다.
물론 전방 국경지역에는 영국의 센츄리온이나 소련의 T-55, 미국의 M-48 패튼 전차 같은 구형 전차가 대부분을 차지했습니다.
인도 육군의 주문은 처음엔 단순했습니다. 110㎜ 주포로 무장한 40톤급의 전차를 원했죠. 이미 비슷한 수준의 전차를 면허생산 하고 있는 터라 인도의 환경 조건을 맞추고 파괴력을 조금 높이는 수준의 전차 개발은 가능할 것이라고 판단했던 겁니다.
물론 인도가 전차를 개발해 본 경험은 없었습니다.
1974년 인도 정부는 1980년대 주력전차 개발을 목표로 MBT-80이라는 코드명으로 전차 국내개발을 시작합니다.
개발은 우리나라의 국방과학연구소 격인 인도 국방연구개발기구(DRDO)의 전투차량연구개발기관이 맡았습니다. 1983년까지 완료할 계획이었죠.
하지만 개발은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았습니다. DRDO 연구원들이 설계도를 들고 가면 인도 육군은 최신 트렌드를 말했기 때문이죠.
1970년대 말에서 1980년대 초는 레오파르트2 등 다음 세대의 전차가 속속 모습을 드러내던 때였습니다.
인도 육군은 자신들의 전차도 이런 추세를 반영해야한다면서 120㎜ 강선포에 자동사격통제체계와 복합장갑을 적용하고 1500마력의 디젤엔진으로 구동되는 55톤급의 주력전차를 원했죠.
그렇게 설계부터 다시 시작해야하는 무한반복의 루프가 형성됐습니다.
영국의 치프틴 전차를 모델로 차체와 장갑, 포탑, 구동계, 포신 등을 제작했지만 파워팩은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죠.
우여곡절 끝에 1984년 첫 시제 차량이 나왔습니다. 그리고 1985년 4월 전설적인 힌두 왕자 아르준의 이름을 따서 ‘아르준 전차’로 공식 명명됩니다.
하지만 복합장갑의 국산화가 지연되고 파워팩도 어느 나라 것을 써야할지 못 정해서 1987년까지 무려 42번의 설계변경을 거치게 됩니다.
당시 DRDO 개발자들은 설계도 설계지만 인도의 기술기반과 산업생태계가 마련되어 있지 않았다면서 어떤 공장도 전차를 만들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다고 평가했습니다.
때문에 시제차량은 DRDO의 자체 제작시설에서 생산해야 했죠.
1991년 10월까지 12대의 시제차량 개발됐고 본격적인 시험평가가 시작됐습니다.
하지만 전차 폭이 너무 넓어서 수송용 트레일러에 싣지 못하고, 주포의 명중률이 들쭉날쭉하고, 파워팩은 과열되고, 중량도 설계치를 초과해 현수장치의 수명이 저하되고, 정밀한 용접기술이 부족했던 탓에 비를 맞으면 물이 새는 등 수많은 문제점들이 드러났습니다. 물도 새는데 화생방 방호능력은 기대조차 하지 말아야겠죠?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993년부터 2차 시제차량 15대를 만들어 다시 시험평가를 합니다.
하지만 이미 사용된 외국 부품은 인도 육군이 허용한 범위를 넘어섰죠. 또 이 때 이미 처음 계획했던 예산 범위의 20배가 넘는 예산이 사용되고 있었죠.
때문에 인도 육군은 국방부에 아르준 전차 프로젝트를 취소하자고 건의합니다.
하지만 이미 20년 이상 공을 들여 연구개발한 DRDO는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인도 국방부를 설득했고 결국 인도 국방부는 DRDO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결국 1997년 확인된 결함을 해결하기 위한 계획이 수립됐고 1999년 인도 육군과 우리나라의 국가안전보장회의(NSC)와 같은 기능을 하는 인도 안보내각위원회(CCS)는 아르준 전차의 부분 생산을 승인했습니다.
2000년 인도 육군은 아르준 전차 124대 양산을 주문했고 양산 1호기는 2004년 인도군 43기갑연대에 인도됐습니다.
그리고 2007년 9월부터 본격적인 양산형이 배치되기 시작했고 2009년부터 정식 운용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아르준 전차에 대한 불신이 깊어질 대로 깊어진 육군은 그 사이 러시아로부터 1500대 분량의 T-90S 전차 직도입과 라이센스 생산 계약을 체결해버립니다.
인도에 수출되는 T-90S는 125㎜ 활강포에 1000마력짜리 엔진을 장착한 수출형 모델인데 오죽 답답했으면 그랬을까 싶네요.
아르준 전차는 길이 10.19m, 너비 3.85m, 높이 2.32m 중량 58.5t의 육중한 전차를 지휘관과 포수, 장전수, 운전수 등 4명이 운영합니다.
독일 MTU사에서 개발한 1400마력짜리 엔진이나 자체 개발한 1500마력짜리 엔진을 달고 최대시속 70㎞까지, 야지에서는 시속 45㎞까지 달릴 수 있고 450㎞를 이동할 수 있습니다.
120㎜ 강선포를 주포로 쓰고 RCWS에 장착된 12.7㎜ 중기관총과 7.62㎜ 기관총을 부무장으로 달았습니다. ‘삼호’라는 인도에서 개발한 대전차 유도미사일도 장착했습니다.
반응장갑과 인도가 자체 개발한 모듈형 복합장갑 칸찬아머로 차체를 보호합니다.
DRDO 개발자들의 집념은 대단했습니다. 전력화가 된지 1년만인 2010년, 13가지의 주요 개선사항을 포함해 93가지 업그레이드를 추진했죠.
파노라마 조준경과 야간 투시경을 달았고 탄약 보관함과 주포의 관통력을 개선했습니다. 삼호 대전차 유도미사일도 이 때 개발됐죠. 주포에서 포탄 대신 발사할 수 있고 최대유효사거리는 5㎞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 대공기관총과 에어컨도 달았습니다.
이렇게 좋은 것들을 다 갖다 붙이다보니 어느새 무게가 68t으로 늘었습니다. 당연히 항속거리와 속도가 줄었겠죠.
2012년과 2013년 2년 동안 시험평가를 완료하고 2014년, 인도 정부는 118대의 아르준 Mk.2 생산을 승인했습니다. 하지만 생산 승인 후 프로토타입의 전차를 만들어 평가하는 데 또 4년이라는 시간이 소요됐습니다. 이 사이 Mk.2는 Mk.1A로 이름이 바뀌었고 결국 2018년 연말이 돼서야 평가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군사전문매체 제인스는 지난 2월 20일 DRDO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엔진 수급 부족으로 아르준 전차 Mk.1A의 납품이 지연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때문에 올해 중에 첫 전차를 납품하고 2027년까지 인도 군에 납품을 완료할 계획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런데 이마저도 불투명해 보입니다. 독일 MTU가 아르준 전차용 엔진 생산을 시작하려면 최소 4년 더 걸릴 것이라는 발표가 있었기 때문이죠.
이에 DRDO 관계자는 납품을 제때 하기 위해 3년 안에 국산엔진을 개발할 것이라고 했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인도 정부는 인도 육군의 노후화된 T-72 전차를 대체하기 위해 FMBT, 즉 미래주력전차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1500마력이나 1800마력 엔진에 자동변속시스템으로 구동되는 50t급의 전차를 개발하는데 최근 추세인 모듈식 설계를 한다고 합니다.
끊임없는 연구개발을 지속하는 인도 연구 개발자들의 노력을 응원해야 하는 건지 아니면 제발 하나라도 제대로 만들고 다음 거 하라고 뜯어 말려야 하는 건지 고민 되네요. 여러분은 어떤 말을 해주고 싶으신가요? 댓글로 의견 남겨주세요~
프로파일럿= 기자 오상현 / PD 우원희, 박정은, 김정률, 김성근 / CG 이윤지, 임예진 / 제작책임 김율 / 운영책임 홍승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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