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진정성 있는 행동’을 촉구하며 동시에 대화 여지를 열어놓은 이명박 대통령의 올해 신년연설에 대해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이 대통령이 대북정책 기조를 바꾼 것이 아니라 북한의 ‘선택’을 압박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 국무부도 남북대화가 한반도 긴장완화의 필수요소라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필립 크롤리 국무부 공보담당차관보는 3일(현지시간) 정례브리핑에서 “남북대화는 중요한 요소이며, 북한이 대화를 하겠다는 그 제의를 이행할 것인지를 지켜볼 것”이라며 “한반도에서의 남북대화(intra-communication)는 긴장완화의 필수적인 요소”라고 밝혔다. 그는 “향후 대화가 건설적이 될 것이라는 점을 나타내기 위해 2005년 공동성명의 이행을 비롯 북한이 해야 할 여러 행동들이 있다”고 덧붙였다.
워싱턴의 싱크탱크인 브루킹스연구소의 리처드 부시 동북아정책연구실장은 3일(현지시간) “이번 연설이 북한의 도발에 대해서는 단호함을 보여주는 동시에 북한이 누릴 수 있는 잠재적 기회도 제시했다”면서 “이는 북한이 올바른 방향으로 행동해야만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결국 결자해지를 촉구한 셈”이라고 말했다.
대릴 킴벌 미 군축연구소 연구원도 “이 대통령이 대화의 여지를 보인 것은 북한의 핵무기 개발 위협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실용적이면서도 긴장완화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킴벌 연구원은 “미 행정부 일각에서는 ‘북한과의 대화에 응해줌으로써 잘못된 행동에 보상을 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주장이 있지만, 이는 매우 어리석은 일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북한의 도발이 계속되지 않는다면 북핵 문제 해결 등을 위한 대화의 장은 여전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스콧 스나이더 아시아재단 한미정책연구소장은 이 대통령의 대북정책 자체가 바뀐 것은 아니라고 전제하면서 오는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 입장을 정리해 가야 하는 한국 내 요소와 19일 미ㆍ중 정상회담을 염두에 둘 수밖에 없는 대외적 요소가 이 대통령의 연설에 영향을 주었다고 분석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 재단 선임연구원은 “이 대통령은 북한과의 대화를 얘기하기는 했지만, 북한이 핵무기와 군사적 모험주의를 포기해야만 한다는 전제도 분명히 했다”며 대북 경고와 조건부 대화가 적절히 안배됐다고 평가했다.
<안현태 기자 @godmar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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