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필리프 페탱 장군은 제 1차 세계대전의 영웅으로 기억되지만 동시에 2차 대전에선 ‘나치 협력자’일 뿐이다. 때문에 2차 대전 당시 독일 함락의 치욕을 기억하는 프랑스에서 페탱 장군의 이름을 딴 ‘페탱 거리’가 속속 사라져, 마침내 자취를 감추게 됐다.
4일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은 프랑스 동부 샹파뉴-아르덴주(州)에 위치한 소도시 트랑블루아-레-카리냥 의회가 최근 이 지역 ‘페탱 거리’를 ‘벨-크루아 거리’로 바꾸는 안을 만장일치로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이로써 프랑스의 마지막 페탱 거리마저 사라졌다.
페탱 장군은 1차 대전 당시 벨기에 접경지역인 베르덩 전투에서 큰 승리를 거뒀고, 남부 프랑스 비시 정권의 수반에 오르며 프랑스의 영웅으로 불렸다.
심지어 1차 대전 직후 프랑스의 거의 모든 마을에는 그의 이름을 딴 ‘페탱 거리’들이 생겨날 정도였다.
그러나 2차 대전 당시 페탱은 나치 독일에 협력했고 종전 후 전범으로 체포돼 종신형을 받아 감옥에서 복역 도중 숨졌다.
이후 페탱 거리도 사라지기 시작했다.
결정적으로 지난해 프랑스의 한 언론이 ‘페탱 거리’와 관련한 보도를 내보내자 큰 논란이 일기 시작했고, 유대인 단체와 시민들의 거센 항의를 받은 도시 3곳이 페탱 거리를 없앴다.
인구 100여명에 거리가 딱 3개뿐인 소도시 트랑블루아-레-카리냥도 이 논란에서벗어나지 못했고, 주민들의 반대에도 의회는 프랑스에서 마지막 남은 ‘페탱 거리’를 다른 이름으로 바꾸기로 했다.
한 마을 주민은 페탱 장군이 “명백한 매국노이기는 하지만 수십 년 전에 벌어진 일”이라며 이 같은 소도시가 정치적 논쟁의 중심이 된 것에 안타까움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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