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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의학 드라마 ‘싸인’은 김성재를, ‘신의 퀴즈’는 장자연을?
’법의학’ 드라마, 의사와 검사가 한 데 어우러진다. 담아내는 그릇에 따라 사회 부조리의 폭로가 그려질 수도 있으며, 억울한 죽음을 해명하는 감동의 흐름이 될 수도 있다. 이러한 법의학 드라마가 연예인의 죽음을 다루는 방식은 다양하게 나타난다. 실제 사건들을 묘하게 중첩시키며 그 이미지를 십분 활용하는 것이다.

5일 첫 방송된 SBS ’싸인’과 최근 종영한 ’신의 퀴즈(OCN)’는 법의학 드라마라는 옷을 입고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기 충분한 소재를 선보였다. 바로 연예인, 그 중에서도 아이돌 가수의 죽음이었다. 이는 ’싸인’으로서는 시청자들과 만나는 첫 번째 소재로 사용한 것이고, 종영한 ’신의 퀴즈’에서는 2회 방송분을 통해 선보였던 소재다. 당연한 공통점이라면 두 드라마 모두 ’의문의 죽음’이었다는 점, 그러나 죽음에 이르게 된 원인 제공자가 달라졌다는 점에서 두 작품은 초점과 화두가 달라지게 된다.

이렇게 달라진 두 드라마, ’싸인’은 아직도 미궁에 빠져있는 고 김성재의 사건을 떠올리게 했고, ’신의 퀴즈’는 연예기획사의 횡포로 대표됐던 고 장자연 사건을 떠올리게 했다. 
[사진=SBS '싸인']

▶ ’싸인’, 아이돌 가수의 죽음을 따라간 ’긴박한’ 60분=촘촘히 짜여진 60분은 긴박하게 흘렀다. 첫 회 방송분은 사체를 부검하는 의사들 간의 권력 다툼도 눈길을 끌었지만 하나의 큰 사건으로 등장한 아이돌 가수의 죽음을 둘러싼 이야기는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을 만한 소재였다.

이 소재는 연예계에서 잊을 수 없는 사건 가운데 하나인, 아직도 미궁에 빠져 있는 듀스 김성재의 죽음을 둘러싼 사건을 떠올리게 했다.

드라마에서는 팬들의 터질듯한 함성을 받으며 콘서트 무대에 오른 서윤형(건일)의 모습이 그려졌다. 하지만 이내 혼란에 빠진 콘서트장, 앞서 그 복도를 가로지르는 묘령의 여인이 있었으나 금세 돌아오는 것은 이 가수의 죽음이었다. 유명가수의 죽음은 전세계 언론을 통해 급박하게 보도됐다. 가수 서윤형의 죽음은 단지 개인의 죽음이 아닌 어떤 거대한 권력이 그 뒤에 움츠리고 있는 모습이었다.

이제 1995년으로 돌아가자. 이것은 드라마가 아닌 현실이다. ’듀스‘로 가요계를 호령했던 김성재의 첫 솔로 무대는 ’말하자면‘이었다. 한 걸음씩 시대를 앞서갔던 이 멋진 남자는 한 음악 프로그램의 첫 무대를 마지막으로 남기며 팬들 곁에서 떠났다. 그의 죽음은 서울 홍은동의 한 호텔에서였다. ’말하자면 너를 사랑하고 있다는 말이야‘라는 가사로 만인의 연인이 됐던 김성재는 그가 사랑해왔던 대상을 수사선상에 올리며 떠났다.

당시 김성재의 오른팔에는 28개의 주사바늘 자국이 발견됐다. 강제투약에 대한 반항 흔적이 없다는 점은 경찰로 하여금 김성재 사건을 ’약물 과다 투여에 의한 사망’으로 추정케 했다. 하지만 부검 결과 동물마취제 졸레틸이 검출되며 사건은 반전됐다. 게다가 오른손잡이인 김성재가 오른팔에 투약했을리 만무하다는 점은 타살 쪽으로 무게를 실어줬다.

이와 함께 그의 여자친구가 용의선상에 오르게 된 것이다. 김성재의 당시 여자친구 김 모 씨가 동물마취제를 구입했다는 제보가 입수되며 김 씨는 살인 혐의로 기소됐고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항소심에서 김 씨는 증거불충분으로 무죄 판결을 받았다. 김성재의 사건은 이렇게 미궁 속으로 빠져든 채 시간만 쌓이게 됐다.

다시 ’싸인’이다. 김성재 사건을 압축한 듯한 스토리가 이날 ’싸인’을 통해 드러났다. 간간히 등장하는 여자친구의 존재, 마약 등을 비롯한 약물 투약을 한 적이 있느냐는 검사의 관련자 조사, 게다가 우여곡절 끝에 빼돌린 사체의 부검이 그러하다. 드라마 속 부검의 결과, 음주나 흡연의 흔적은 없고, 오랫동안 식사를 못했는지 위는 텅 비어있었으며 폐와 간 등 모든 장기는 정상이었다. 하지만 여기서 식도 부근 걸려든 하나의 이물질을 포착하며 박신양은 아이돌 가수의 사망의 종류는 ’명백한 타살’이라고 밝힌다. 
[사진=케이블 채널 OCN '신의 퀴즈']

▶ ’신의 퀴즈’, 걸그룹 멤버의 죽음을 따라간 ’비극적’ 60분=최근 종영한 ‘신의 퀴즈(극본 박재범, 연출 이준형)’의 2회 방송분에서는 인기 정상의 걸그룹 멤버의 죽음을 다뤘다. 그 과정은 시종일관 비관적이고 어두웠다.

걸그룹의 인기 멤버가 뮤직비디오 촬영 현장에서 쓰러졌다. 과로와 감기가 누적된 사망, 소속사 측에서는 악의적인 루머를 퍼뜨려 걸그룹 멤버의 사망 원인을 은폐하려 했다. 이 장면은 드라마에서 또 하나의 권력으로 대표되는 거대 엔터테인먼트사의 만행을 보여줬다.

이는 실제로 성상납, 폭행, 욕설 등을 참다 꽃다운 생을 스스로 마감한 고 장자연의 사건을 떠올리게 했다. 지난 2009년 3월 장자연의 자살은 사회적으로 파장을 몰고 왔다. 이 사건은 연예계에서 이른바 ’장자연 문건’이라고 불리는 성접대 리스트로 큰 충격을 줬다. 이 문건에는 언론사와 금융사를 비롯한 각계각층의 유력 인사들이 적혀있었고, 이들은 이후 차례로 조사를 받으며 베일 속에 가려져 있던 여자 연예인들의 성상납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오게 됐다. 파장은 컸으나 경찰 조사를 받았던 유력인사들은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을 받았고, 소속사 대표와 해당 매니저도 예상보다 가벼운 형량을 받으며 마무리됐다.

’신의 퀴즈’에서 걸그룹 멤버의 의문의 죽음은 성상남 문제를 비롯해 과로로 시달리는 멤버들을 노예처럼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했던 소속사의 만행이 폭로되며 사건은 종결됐다. 드라마의 분위기가 비극적이었던 것은 사건 자체가 이들의 실제 사건이 오버랩되며 그 비극이 고스란히 전달된 이유 때문이다.

각기 다른 모습의 두 사건은 서로 다른 드라마에 녹아났다. 제작진의 의도와는 관계없이 연예인들의 죽음을 소재로 한다는 점에서 시청자들은 실제 사건들을 떠올렸다. 잘 던져진 소재는 이목을 끌기에도, 화두를 던지기에도 충분하다. 드라마가 선택한 소재들에 대한 다양한 해석들을 어떻게 받아들이냐는 그저 시청자의 몫이다.

<고승희 기자 @seungheez>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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