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민주당이 주장하는 전면 무상급식을 비롯 최근 공약하고 있는 무료 의료 등 각종 복지정책은 국가돈으로 표를 사는 것이라고 정면 비판하고 나섰다.
오 시장은 최근 자신의 블러그에 전면 무상급식 등 민주당의 각종 복지정책에 대한 생각을 담은 ‘망국적 복지 포퓰리즘 시리즈의 행진을 국민의 힘으로 막아주십시오’라는 제목의 장문의 글을 올렸다.
오 시장은 이 글에서 우선 “일본이 1999년부터 선거를 위해 복지라는 이름으로 상품권을 비롯 각종 현금살포를 해 현재 장기 채무부채가 GDP의 170%를 돌파해 국가 재정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며 “전면 무상급식의 목표는 결코 ‘인격적 차별’이 없는사회가 아니라 바로 중학생 이하 자녀를 가진 부모님들의 표”라며 비판의 포문을 열었다.
이어 ”나랏돈으로 생색을 내면서 30∼40대 표심을 공략하려 나온 것이 전면무상급식이다“며 ”(그것을)‘아이들 밥 좀 먹이자는데 뭐가 문제냐’고 선동하면서 따뜻한 이미지로 포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오 시장은 민주당의 다른 복지정책에 대해서도 비판을 이어갔다.
그는 ”모든 국민을 동등한 인격체로 대우하는 정책으로 내년 선거를 치르겠다는 말은 무차별 복지 포퓰리즘의 전면 등장을 예고하는 정치적 수사의 극치“라고 주장했다.
이어 ”무상급식이 복지 포퓰리즘의 시작이 될 것이라고 누차 말했는데 얼마 전 민주당이 제2탄 격인 ‘무상의료’ 정책을 들고 나왔다“며 ”재정과 형편을 고려하지 않고 무리하게 실시하는 공짜 복지 시리즈는 도덕적 해이를 가져오고 국가와 사회의재정을 악화시키는 매우 위험한 일“이라고 공격했다.
오 시장은 올바른 복지는 스스로 설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라며 그간 펼쳐온 서울시의 각종 복지정책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서울시는 지난 4년간 퍼주기 식의 시혜성 복지가 아닌 어려운 분들이 스스로 일어서실 수 있게 돕는 ‘자립’과 ‘자활’의 ‘서울형 그물망 복지’를 가동해왔다“며 ”지속가능한 ‘착한 복지’야말로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복지”라고 강조했다.
오 시장은 “깨어있는 국민의 힘만이 대한민국을 국민소득 3만, 4만 달러를 넘어서는 선진국에 진입시킬 수 있다. 올해가 포퓰리즘 선동 정치의 예고된 장애물을 뛰어넘어 다함께 진정한 선진국을 향해 달려가는 원년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는 말로 끝을 맺었다.
다음은 오세훈 시장이 블러그에 올린 전문
망국적 복지 포퓰리즘 시리즈의 행진을 국민의 힘으로 막아주십시오 할말있습니다
요즘은 잠자코 집무실 창 너머 산을 쳐다보는 일이 잦습니다. 여러분들께서도 이유는 익히 짐작하시겠지요. 한 마디로 답답한 심정입니다.
걱정했던 대로 무상급식을 위시해 현금 나눠주기식 복지 포퓰리즘 정책이 하나 둘씩 시리즈로 등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웃나라 일본의 위기가 바로 우리 코앞에 닥치게 됐습니다.
일본에 ‘노나카 히로무’(野中廣務)라는 인물이 있습니다. 그는 과거 자민당 집권 당시, 막후 실력자로 불렸던 일본의 유력 정치가입니다.
그에 대한 평가는 양극단입니다. 온갖 권모술수로 정적을 제압하는 강인한 모습 뒤에는, 우리 재일동포와 같은 사회적 약자들의 권익을
적극적으로 대변하는 자상한 면모를 갖추고 있으니까요.
그런 그도 현역 말기에 들어서자 이익과 타협하는 노회함이 두드러지기 시작합니다. 특히 정치적 입지 강화를 위해 공명당과 타협하는 모습에서는 긴 한숨이 나옵니다. 왜냐구요? 당시 일본 국회의 의석 구조상 법안통과를 위해서는 공명당과의 공조가 불가피했는데, 공명당이 자민당에 협조하는 대가로 내세웠던 조건이 바로 현금 나눠주기식 포퓰리즘인 ‘공짜 상품권’ 정책이었기 때문입니다.
1999년 3월은 일본 정치사상 매우 부끄러운 달로 기억되어야 합니다. 자민당 정권은 공명당의 제안을 받아들여 15세 이하 자녀에게는 무차별적으로, 65세 이상 노인에게는 선별적으로, 1인당 2만엔 상당의 상품권을 살포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이 때 내세운 명분은 얼핏 듣기에는 너무나 솔깃해지는 ‘서민복지’와 ‘지역경제 활성화’였습니다.
소요된 재정은 지금 환율로 8조 5000억원에 달합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일본 경제에 큰 부담이 될 정도는 아닙니다.
하지만 이것이 무차별 현금살포의 단초가 되었다는 점에서는 일본인들에게 더 없이 의미심장한 수치입니다.
물론 자민당 내부에서도 거센 반발이 일었습니다. 그러자 노나카는 의원들을 모아 “공짜 상품권은 천하의 어리석은 정책(愚策)”이라고 한탄하면서도 “7천억 엔의 국회대책비용으로 여기고 참자”며 무마시켰습니다. 책임 있는 정치가의 현실 타협과 국민들의 무관심을 양분으로 삼아 일본의 포퓰리즘은 이렇게 싹을 틔우게 됐습니다.
자신에게 주어지는 뜻밖의 이익에 마다할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 일본인들도 이를 지지했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민초들의 가냘픈 인심을 이용하여 겉으로는 화려한 수사로써 본심을 감추고, 속으로는 정치적 욕심을 채우려는 위정자들이 어디에나 존재한다는 점입니다.
더구나 민주주의는 ‘표’를 먹고 산다는 점이 저의 고민은 더 깊어집니다.
공공연한 매표(買票)행위에 맛을 들인 일본 정치권은 이제 본격적으로 복지 포퓰리즘의 늪에 빠져들게 됩니다.
정치인들이 나랏돈으로 국민들에게 생색을 내기 시작한 것이죠.
바로 ‘정액급부금’이라는 그럴싸한 이름의 무차별 현금 살포 정책입니다.
2009년 3월, 자민당이 벌인 일입니다. 국민 1인당 1만2천 엔씩 지급하고, 65세 이상과 18세 미만 국민에게는
여기에 8천 엔을 더하여 2만 엔을 현금으로 지급하였습니다. 심지어 복역 중인 죄수들에게까지 지급하였습니다.
소요된 재정은 무려 27조원에 달합니다. 서울시 예산보다 훨씬 많은 금액을 단지 표를 사기 위해 살포한 것입니다.
이 때 일본의 장기 채무 잔고는 GDP의 150%를 돌파하였습니다.
야당도 이에 질세라 더욱 대담하게 맞불을 놓습니다. 포퓰리즘에는 포퓰리즘으로 대항한 것이지요.
첫 해에는 매달 15세 이하 자녀 1인당 1만 3천 엔, 집권 이듬해부터는 매달 2만 6천 엔을 양육수당으로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우고 집권에 성공합니다. 공약대로 지급할 경우, 소요액은 75조원에 달하는데, 이는 일본의 국방비보다도 많은 금액입니다.
집권 민주당이 야당 시절 벌인 일입니다. 이쯤 되면 아예 내놓고 돈 봉투를 살포하며 표를 사가던 우리의 1960년대 수준보다 못합니다.
적어도 그 돈은 나랏돈이 아니었거든요.
이렇게 2009년도에 치러진 포퓰리즘 선거를 거치며 일본의 장기 채무 잔고는 마침내 GDP의 170%를 돌파합니다.
서로 현금 나눠주기 경쟁에 골몰하다보니 당연히 국채를 마구 찍어댈 수밖에 없었던 것이지요.
그런데 민주당은 집권한 이후 힘에 부쳤는지, 매달 2만 6천 엔을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공식적으로 철회하고
절반만 지급한다고 선언했습니다. 재정과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공약을 내세웠기 때문입니다.
포퓰리즘의 광풍이 일본을 휩쓴 지난 10여 년간, 일본의 국가재정은 어땠을까요.
1997년에는 GDP와 엇비슷한 규모였던 장기 채무 잔고는 날로 늘어나, GDP의 200%에 도달하는 것은 이제 시간 문제입니다.
지난 10여 년간 무려 5천 조원이 넘는 빚을 추가로 진 셈입니다. 이는 17년치 대한민국 예산에 해당하는 어마어마한 금액입니다.
물론 이렇게 장기 채무 잔고가 늘어난 이유가 현금 나눠주기식 포퓰리즘만의 문제는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막대한 부채를 껴안은 어려운 재정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국채 잔고를 급속히 늘리면서까지 국민들에게 현금을 살포한 일본의 정치권은 역사의 준엄한 심판을 피할 도리가 없을 것입니다.
그 빚은 어린이들이 훗날 성장하여 납부하는 세금으로 갚아야하는 피(血)와도 같은 돈입니다.
기성세대들은 어린이들에게 먼저 미안함을 느껴야 합니다. 지식인들은 어린이들에게 먼저 참회해야 합니다.
정치인들은 ‘우리가 지금 무엇을 누릴 수 있는지’에 대해 말하기보다 ‘우리 자녀들이 훗날 얼마를 갚아야 하는지’에 대해 솔직히 고백하고, 먼저 복지재정 지출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도출해내야 합니다.
그러나 일본은 그러지 못하고 있습니다. 포퓰리즘에 맞서 이를 저지하려는 책임 있는 정치인이 아무도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위와 같은 현금살포 정책의 행간을 잘 살펴봐야 합니다. 공통점이 무엇일까요?
바로 ‘15세 이하 자녀’를 가진 가구를 목표로 한다는 점입니다. 구체적으로는 15세 이하 자녀를 가진 ‘부모’를 목표로 합니다.
일본 민주당이 집권한 지 1년이 지난 2010년 9월, 우리로 치자면 청와대 직속 싱크탱크에 해당하는 내각부(內閣府) 경제사회종합연구소 조차 가계수입 시뮬레이션을 통해 무차별 현금살포의 최대 수혜계층은 저소득층이 아니라 바로 30~40대 유(有)자녀 중ㆍ고소득층이었다는 뼈아픈 진실을 실토했습니다.
이 계층의 표를 얻는 정당이 선거에서 승리한다는 것은 정치권의 상식이구요.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30~40대 표심을 붙잡는 것이 선거의 관건입니다. 이제 무슨 의미인지 잘 아시리라 믿습니다.
전면무상급식의 목표는 결코 손학규 민주당 대표의 말씀인 ‘인격적 차별’이 없는 사회가 아닙니다.
전면무상급식의 궁극적인 목표는 바로 중학생 이하 자녀를 가진 부모님들의 ‘표’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머리가 더 좋습니다. 2009년 선거 때 일본 민주당이 내세었던 선동구호가 바로 ‘콘크리트보다는 사람’이었습니다.
많이 닮지 않았습니까? 나랏돈으로 생색을 내면서 30~40대 표심을 공략하려는데, ‘자녀양육수당’으로 가자니 일본 따라하는 티가 너무 납니다.
그래서 나온 것이 전면무상급식입니다. 게다가 ‘아이들 밥 좀 먹이자는데 뭐가 문제냐’고 선동하며, 따뜻한 이미지로 포장하고 있습니다.
모든 국민을 동등한 인격체로 대우하는 정책으로 내년 선거를 치르겠다는 민주당 손학규 대표의 말씀은 무차별 복지 포퓰리즘의 전면 등장을 예고하는 정치적 수사의 극치입니다.
저소득층을 위한다는 명목은 달콤한 선동일 뿐, 실상은 전혀 다르다는 진실을 직시하셔야 합니다.
내년 총선과 그 이후 대선을 앞두고 있는 우리 사회에 지금 ‘복지’ 광풍이 불어 닥쳤습니다.
이번 선거의 가장 중요한 쟁점 사항이 될 복지 이슈를 먼저 선점해 표심을 잡아보겠다는 의도가 분명합니다.
그러나 재정과 형편을 고려하지 않고 무리하게 실시하는 무상급식과 같은 공짜 복지 시리즈는 도덕적 해이를 가져올 뿐만 아니라, 국가와 사회의 재정을 악화시키고 나라의 성장력과 미래를 좀 먹는 매우 위험한 일입니다.
다음 세대가 먹고 살기 위한 기반까지 잠식해가는 어리석은 일이기도 합니다.
저는 무상급식이 복지 포퓰리즘의 시작이 될 것이라고 누차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민주당이 보란 듯이 제2탄 격인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방안’, 다시 말해 ‘무상의료’ 정책을 들고 나왔더군요.
이어서 무상보육, 대학생 반값 등록금 정책도 시리즈처럼 줄줄이 등장시키고 있습니다.
우리는 일본의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가슴 깊이 새겨야 합니다.
무리한 복지 포퓰리즘에 의해 GDP의 200%에 달하는 장기 채무 잔고를 떠안은 일본의 경우가 우리의 일이 되지 말란 보장은 없습니다.
저소득층은 이미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로부터 갖가지 혜택을 받고 있습니다. 그것은 개개인의 납세에 의한 공동체의 따뜻한 배려입니다.
서울시도 마찬가지입니다. 저소득층에 대해서는 이미 무상급식비를 지원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무차별적 현금살포를 할 경우에는 상황이 다릅니다.
저소득층의 경우 이미 받고 있는 상당 부분의 혜택이 상쇄되거나 오히려 줄어드는데 반해, 중ㆍ고소득층은 기존에는 받을 수 없었던 돈 봉투가 하늘에서 갑자기 떨어지는 격입니다.
나랏돈으로 부자들 저축시켜주는 셈입니다.
무차별적 복지는 평등이라는 좋은 의도와는 달리 전혀 다른 정책효과, 즉 불평등의 조장과 국가재정의 파탄을 초래할 뿐입니다.
서울시는 지난 4년 동안, 어린이, 여성, 노약자, 장애인, 어르신 등 사회적 약자층을 우선적으로 보듬어가는 가운데 주거, 교육ㆍ보육, 문화, 건강, 교통에 이르기까지 영역별로 촘촘히 보살펴드리는 ‘서울형그물망복지’를 가동시켜왔습니다.
‘서울형그물망복지’는 단순한 퍼주기 식의 시혜성 복지가 아닌, 어려운 분들이 스스로 일어서실 수 있게 돕는 ‘자립’과 ‘자활’의 복지입니다.
또한 민간의 참여와 나눔을 통해서 복지의 책임과 역할을 확대해 나가는 ‘참여 복지’인 동시에 필요한 계층에 필요한 만큼의 혜택을 제공함으로써 미래 세대까지를 배려하는 지속가능한 ‘보편적 복지’입니다.
이것은 의지를 갖고 노력하는 어려운 분들이 가난의 고리를 끊고 당당하게 혼자의 힘으로 살아가실 수 있게 도움으로써 ‘자립→경제활력→복지재유입’ 이라는 선순환구조를 창출해내는 복지이며, 응급적, 소모적, 일회적 복지가 아닌 장기적, 투자적, 예방적 복지입니다.
‘서울형그물망복지’는 이와 같은 공통된 철학과 비전을 바탕으로 복지의 사각지대 없이 현 세대 뿐 아니라 미래 세대 모두를 보살펴드리는 안정적이고 형평성 있는 ‘착한 복지’입니다.
이러한 지속가능한 ‘착한복지’인 ‘서울형그물망복지’야말로 앞으로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복지입니다.
민주당이 밑도 끝도 없이 주장하는 현금 나눠주기식 무차별적 과잉복지는 미래 세대에게 짐을 지우고, 우리사회의 건강한 생산과 성장의 기운을 막아서는 ‘나쁜 복지’의 전형입니다.
국민 여러분들이 두 눈을 부릅뜨고 이를 막아내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우리에게 남은 10년은 매우 중요한 시기입니다. 앞으로 10년간 생산ㆍ소비 가능인구가 정점을 이루다가, 2020년경부터 생산과 성장의 급속한 하강 국면을 피할 길이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남은 10년 동안 우리 기성세대가 조금 더 허리띠를 졸라매고 생산적인 재정 투자에 매진하지 않는다면, 우리 자손들은 나라 빚을 갚기 위해 엄청난 고생을 치러야할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일본식 정치실험을 할 이유도, 할 여유도 없습니다. 더구나 우리는 통일에 따른 막대한 재정지출도 고려해야 하는 나라입니다.
지금 이 시점에 복지재정지출의 대원칙을 세워야만 국가의 장래를,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지킬 수 있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국민의 힘이 필요한 때입니다. 다음 선거를 위해 저들이 어떤 정책을 들고 나오는지를, 그 깊은 속내를 꿰뚫어 봐주십시오.
그리고 국민들의 눈이 얼마나 매섭고 엄중한지를 깨닫게 해주십시오.
이렇게 깨어있는 국민의 힘만이 대한민국을 국민소득 3만 달러, 4만 달러를 넘어서는 선진국에 진입시킬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선택에 우리 한민족 전체의 미래가 달려있음을 잊지 말아주십시오.
저는 올해가 포퓰리즘 선동 정치의 예고된 장애물을 뛰어넘어, 다함께 진정한 선진국을 향해 달려가는 원년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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