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방·폐쇄성 탈피 ‘급선무’
시스템보다 스타일 바꿔야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의 자진 사퇴로 ‘낙마공화국’의 오명을 뒤집어쓴 청와대가 후속 인사 조치에 착수했다.
13일 청와대에 따르면 대통령실 정무라인이 국회 협력 업무 강화에 나선 데 이어 홍보라인은 인사와 관련된 사설(개인적 의견)을 가급적 삼가자며 참모들에게 협조를 당부하고 있다.
당장 급한 불은 최중경, 정병국 두 장관 후보자의 청문회 무사통과와 감사원장 후속 인사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인사재앙을 더는 반복하지 않기 위한 인사 프로세스 개선의 과제가 남아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정 후보자의 낙마로 임기를 2년 이상 남겨둔 MB정부에서 벌써 8명의 인사청문회 대상 고위 공직 후보자가 ‘내정’의 꼬리표를 떼지 못한 채 자리에서 물러났다. 노무현정부 5년 동안 2명이 고배를 마셨다는 점을 감안할 때 현 정부의 위기감이 클 수밖에 없다.
정 후보자의 사퇴 발표 직후 이명박 대통령이 인책 대상자로 거론된 임태희 대통령실장을 직접 찾아가 재신임 의사를 표시한 것도 이런 배경과 무관치 않다.
청와대 또 다른 관계자는 “국민의 눈높이가 과거와는 달리 몰라보게 높아졌다”면서 “한두 명의 사람을 교체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며, 필요하다면 인사 시스템을 다시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인사파동을 지켜보는 외부의 시각은 좀 다르다. 지난 8ㆍ8 개각 파동 이후 인사청문 대상자의 자기검증서 항목을 150개에서 200개로 늘렸고 청와대 내부 모의청문회 제도까지 도입했지만, 비슷한 파동이 재연됐다는 점에서 제도적 시스템보다는 현 정부의 인사 스타일에 더 큰 문제가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관계자는 “과거보다 엄격해진 국민 여론도 그렇지만, 인사 선정 과정이 지나치게 폐쇄적이고 일방적인 게 아닌가 한다. 정치권과의 불통이 고착화하면서 필요 이상의 갈등을 부추긴 측면도 있다”면서 ‘폐쇄적 인사 스타일’을 개선할 ‘열린 정치력’이 인사 개선의 관건이라고 주장했다.
양춘병 기자/ya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