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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친구 혹은 형처럼’ 한솔제지 오규현 사장의 ‘열린경영’
친구 혹은 친형같은 최고경영자(CEO)?

오규현(59ㆍ사진) 한솔제지 대표이사 사장의 ‘열린 경영’이 주목받고 있다. 전통제조업으로 상명하달식 조직문화에 길들여진 보수적인 제지업계 관행에서 상당한 파격으로 받아들여진다.

지난 2009년 1월 한솔제지 대표가 된 그는 1년간 소통을 통한 열린 조직문화 만들기에 주력했다. 사장실 문을 늘 열어 놓았다. 임직원 누구라도 찾아와 업무 얘기나 애로를 털어놓을 수 있도록 했다. 휴대폰 번호도 공개했다. 찾아오지 않으면 그 자신이 직원들 자리로 직접 찾아가 대화를 나눌 정도다. 리더십의 8할이 남의 의견을 들어주는 데서 출발한다는 점을 안다면, 그의 이런 태도는 이해가 쉬워진다.

오 사장은 회의나 결재 절차도 간소화했다. 두터운 회의자료 만드느라 시간 낭비하지 않도록 달랑 제목만 보고하고 나머지는 구두로 브리핑하라고 했다. 의견 전달과정에서 왜곡 또는 순화되지 않은 밑바닥의 목소리를 직접 듣겠다는 차원에서 결재도 기안자가 직접 받도록 바꿨다. 


오 사장은 “브리핑은 직원이 직무와 관련한 지식을 쌓을 기회”라며 “브리핑은 공부를 충분히 한 다음 원고 없이 말로만 발표하도록 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술 때문에 한 때 건강이 나빠졌던 그는 직원들과 소통 차원에서 다시 수시로 술잔을 들고 있다. 오 사장은 건배사로 ‘당신멋져’를 애용한다. ‘당당하고 신명나면서도 멋지게 져주자’는 뜻이란다. 상대방에게 ‘질(양보할) 줄 알아야’ 진정으로 사람답다는 것이다. 술을 기피하는 여직원들과는 공연을 함께 본다.

이런 탈(脫)권위주의 행보를 통해 그는 사내에서 ‘격의없는’ CEO로 통하고 있다. 오 사장의 이런 경영방식은 7년간의 외국계 회사 근무경험에 기인한다. 1977년 2월 삼성그룹 공채로 입사한 그는 한솔제지 전신인 전주제지에서 20년간 근무했다. 이후 팬아시아페이퍼(1998년), 노스케스코그(2005년ㆍ현 전주페이퍼)에서 일하다 2006년 사표를 내고 한솔로 합류했다.

이런 이력은 외환위기 당시 전주제지의 신문용지부문이 떨어져 나와 캐나다 아비티비 사, 노르웨이 노스케스코그 사와 함께 3국 합작법인인 팬아시아페이퍼로 변경ㆍ설립됐기 때문. 2005년에는 노스케스코그로 주인과 이름이 바뀌었다.

오 사장은 “전주제지 신문용지가 외국계로 넘어가면서 원치 않게 외국기업 임원으로 수 년간 일했다”면서 “이 기간 우리와는 전혀 다른 기업문화를 경험했고 느낀 바가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로 이익이 큰 동반성장 개념에도 눈을 떴다. 한솔제지는 올해를 ‘고객중시 경영을 통한 성장기반 확충’의 해로 정하고 고객인 인쇄업체와 상생발전을 추진하고 있다. 직원들의 제안을 받아 ‘고객가치창출팀’을 만들어 가동하며 어려움에 처한 인쇄업계의 기술향상, 에너지절감, 업무혁신 등 경영을 돕기로 했다. 고객의 주머니 털기에 골몰하기 보단 고객의 주머니를 먼저 채워주는 전략을 택한 것이다.

오 사장은 “고객가치 창출이란 지극히 간단하다. 일단 고객의 수익이 증가해야 우리 제품을 장기적으로 팔 수 있다”고 했다.

오 사장은 올들어 명함이 2개가 됐다. 이달부터 인쇄용지를 생산하는 한솔제지와 아트지를 만드는 아트원제지(옛 이엔페이퍼) 대표를 겸임하고 있다. 사업부문이 비슷해 양 조직간 문화적 동질성 확보는 그가 역점 추진하는 과제다.

<조문술 기자@munrae>freihei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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