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산업단지에서 발생한 정전 사태의 여파가 사고 이틀째인 18일에도 지속되며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GS칼텍스, LG화학, 여천NCC, 한화케미칼, 호남석유화학, 제일모직 등 17일 오후 4시8분 일어난 정전으로 인해 공장이 멈춘 단지 내 21개 정유ㆍ석유화학 기업들은 일부는 순간 정전으로 공장을 바로 가동했지만 일부는 생산라인별로 순차적으로 공장을 가동하면서 18일 오전 현재도 복구 작업을 계속 벌이고 있다.
복구 작업이 당초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피해 예상액도 불어나고 있으며 앞으로 정전 사태의 책임 소재 공방과 함께 피해업체들의 집단 소송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가장 큰 피해를 입은 GS칼텍스는 제2공장은 거의 복구 됐지만 제1공장의 본가동 재개 시점은 예상 보다 3~4일이 더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GS칼텍스는 단지 내 전체 전력의 60~70%를 쓰는 가장 큰 공장을 두고 있다.
제1공장은 하루 생산 76만 배럴 규모의 제1~제4 CDU(원유정제시설)이 있으며, 9만4000배럴 규모 제 1고도화설비(RFCC)도 들어서 있다. 또 연산 18만t 규모의 폴리프로필렌(PP), 280만t의 방향족(BTX) 등 석유화학제품 설비가 정유설비와 연동돼 있어 이번 정전 사고로 사실상 공장 내 대부분의 공정이 ‘올스톱’ 됐다.
LG화학은 17일 정전 직후 일부 공장만 바로 복구됐을 뿐 제품 품목에 따라 복구 시간이 차이가 나 완전 복구까지는 오늘 종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화케미칼은 18일 오전 극히 일부 공정을 제외하고 공장을 재가동하고 있다. 또한 제일모직, 호남석유화학도 정전 뒤 3시간만에 공장을 다시 돌리면서 각 설비를 점검하고 피해액을 추산하고 있다.
▶피해규모 사상 최대 이를 듯 = 복구 작업이 늦어지면서 피해규모는 사상 최대액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일시 정전 뒤 바로 복구한 기업들도 최소 10억원 미만으로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GS칼텍스는 사실상 생산 중단 사태를 맞으면서 복구 작업이 길어질수록 피해액은 수백억원에서 1000억원 이상까지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특히 석유 제품 수요가 가장 많아 정유사 수익이 가장 큰 동절기라는 불운까지 겹쳤다.
GS칼텍스 관계자는 “정확한 피해액은 공장이 완전 정상 가동한 뒤에도 상당기간 뒤에 파악될 것”이라며 “회사로선 사상 최대 피해”라고 말했다.
앞서 2006년, 2008년에도 여수산업단지에서 정전이 발생했을 때 전체 피해액은 수백억원대에 달했다. 2008년에도 화재와 정전을 겪었던 GS칼텍스는 당시에는 일부 공장에만 피해를 받았고 대부분의 공장이 가동이 중단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석유화학제품 수급 차질 빚어지나 = 복구가 늦어질 경우 세계 석유제품 및 석유화학제품 시장에 공급 차질로 인해 가격 상승도 우려된다.
GS칼텍스 관계자는 “하루 76만 배럴의 석유 공급이 4~5일이 되지 못할 경우 세계 시장에서 제품 시세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른 정유사 관계자는 “석유화학제품 가격이 영향받을 정도로 공급 시장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않지만 제품 가격이 오르면 다른 경쟁사는 반사이익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로 피해를 입은 기업들의 책임 소재 추궁과 함께 피해 보상 요구가 앞으로 소송전으로까지 비화할 조짐이다. 앞서 한국전력은 사태의 직접적 원인을 GS칼텍스 측 설비의 개폐장치 이상으로 돌리는 공식 입장을 밝히며 앞으로 예상될 법적 공방에서 책임을 피하는 입장을 취했다.
GS칼텍스 관계자는 “한전측의 정밀조사에 최대한 협조하고 있으며, 피해액 배상 요구 등 모든 상황을 종합해 관련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지숙 기자 @hemhaw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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