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가 구제역 후폭풍
육회 등 메뉴 자취감춰
식당가에 구제역 후폭풍이 거세다. 살처분된 소와 돼지가 200만마리를 상회한 가운데 식당가에 육류 식재료 공급량이 크게 줄면서 식재료 수급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 음식은 가격이 상승 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물량부족과 불안심리로 생고기나 곱창 등 인기 메뉴요리가 빠지는 식당도 한둘이 아니다. 구제역 파동으로 달라지고 있는 식당가 모습을 들여다봤다.
▶모듬 순대시켰더니 내장이 없네=서울 영등포구 신길동에 사는 윤모(28ㆍ여) 씨는 최근 친구와 분식점에 순대를 먹으러 갔다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분명 “내장도 골고루 섞어주세요”라고 주문했는데 나온 접시엔 온통 순대밖에 없었던 것.
분식점 주인은 “공급처에서 내장 못 받은 지 며칠 됐다”면서 “구제역 때문에 내장 물량이 바닥났다더라. 봄까지 물량부족사태가 계속될 거라고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대부분 손님들은 이해하지만 일부 손님은 화내며 그냥 가는 경우도 있다”며 “대신 튀김이나 떡볶이를 조금 서비스해 준다”고 했다.
▶육회, 간, 천엽 등 서비스 메뉴 사라져=고깃집에서 단골손님에게만 서비스로 제공하는 육회, 간ㆍ천엽 등도 자취를 감췄다. 구제역으로 ‘날 것’에 대한 불안심리가 커졌기 때문이다. 서울 광진구 화양동의 A 고깃집 사장은 “물량도 예전보다 턱없이 적게 공급되지만 구제역에 대한 거부감 때문에 생(生)으로 먹는 부속고기는 모두 메뉴판에서 뺐다”며 “생고기 대신 계란찜이나 피로회복제를 서비스하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 서대문구 신촌 대학가에 위치한 B 고깃집에선 최근 서비스 메뉴에 육회를 빼고 냉면을 넣었다.
▶쇠고기, 바싹 익혀 먹기 붐=구제역 이후 식당가엔 쇠고기를 바싹 익혀먹는 소비자들이 부쩍 늘었다. 쇠고기를 덜 익혀 육즙을 즐기던 예전과 달라진 모습니다. 구제역에 대한 막연한 불안심리 때문에 나타난 변화다. 구이용 고기 대신 설렁탕이나 곰탕용 고기를, 생고기보다는 양념고기를 찾는 수요가 늘었다.
쇼핑몰 ‘다하누몰’에서는 ‘다하누 곰탕’ ‘다하누 한우 육포’ 등 가공식품 매출이 전년 대비 40% 증가했다. 사골, 꼬리뼈 및 양지, 사태 등의 매출도 10% 이상 늘었다. 다하누 관계자는 “사골, 꼬리뼈와 같은 겨울철 품목과 곰탕은 우려했던 매출 하락이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육류 음식값 줄줄이 올라가=서울 종로의 단골 소곱창집을 찾은 회사원 서장훈(39) 씨는 메뉴판을 보고 깜짝 놀랐다. 소곱창구이, 소막창구이, 소대창구이 등의 가격표에 일제히 흰 종이가 덧대어 있었기 때문이다. 새로운 가격표는 1만6000원으로 한달 전보다 1000원씩 상향 조정돼 있었다. 곱창 물량이 줄면서 구입 가격이 올랐기 때문이다.
황혜진기자/h hj6386@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