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내어 좋은 공연을 계획한 날은 특별한 날이 된다. 사람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공연을 기획하는 일도 그러할까? 사람들의 문화여행을 책임지는 예술의 전당 공연기획자를 소개한다.

순발력과 기획력, 그리고 배려가 필요하다

제가 일하는 곳은 예술의 전당입니다. 예술의 전당은 기획재정부의 2010년도 공공기관 고객만족도에서 최고 등급인 ‘우수’를 받았죠. 저는 이곳에서 9년 동안 공연기획자로 일했습니다. 공연기획자란 예술가와 관객을 이어주는 사람입니다. 예술가가 만들어내는 예술품을 사람들이 감상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거에요. 공연기획자에게는 순발력과 기획력, 그리고 배려가 가장 중요합니다. 공연은 항상 라이브로 이루어지므로 순간순간에 발생하는 일들을 대처할 수 있어야 합니다. 동일 선상에서 재치와 이벤트 기획도 필요한 역량이라고 할 수 있죠. 또한,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요하는 기획력도 필요합니다. 다양한 아이디어를 위해 풍부한 경험과 각 분야에 대한 관심도 필요하겠죠. 배려는, 타인을 감동시키고 싶어하는 마음을 뜻합니다. 배려가 있어야 타인의 입장에서 공연기획을 할 수 있고, 타인이 최고의 감정을 느낄 수 있는 기획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예술의전당 사업본부장 정동혁, 9년 차

휴먼비즈니스에 능해야 한다.

공연기획자로서 또 하나 중요한 역량은 휴먼 비즈니스입니다. 공연기획자의 가장 큰 재산은 인적 네트워크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죠. 하나의 공연은 여러 사람들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공연기획에서는 사람을 상대하는 일이 많습니다. 이를 위해 외향적인 마인드와 봉사정신을 바탕으로 여러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죠. 또한, 타인의 의견들을 소중히 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좋은 기획자는 좋은 아이디어를 받아들일 줄 아는 사람입니다.

음악전문가보다 관객전문가가 되라

흔히 예술의 전당에서 공연기획을 한다고 하면 음악에 조예가 깊을 것으로 생각해요. 그러나 저는 음악에 대해 잘 모릅니다. 대신 음악가는 많이 알고 있죠. 공연기획은 음악에 조예가 깊은 사람이거나 음악애호가가 하는 것이 아닙니다. 관객의 입장에서 다가가기 쉬운 공연을 기획하고, 예술가를 분석하여 어떤 이에게 어떤 공연이 제격인지 찾아내 줄 수 있는 사람이 하는 것입니다. 

예술의 전당 오페라하우스

창의적 일, 우아한 매력, 무료관람의 혜택

같은 공연을 매 회 다르게 포장해야 하는 것이 굉장히 재미있습니다. 저번 달에 했던 같은 공연도 이번 달에 보다 흥미롭고 풍성하게 꾸며야 인기가 있겠죠. 또한, 언제나 창조적이어야 한다는 점도 매력적입니다. 그리고 정말 우아하지 않나요? 이런 고상한 장소에서 ‘예술기획’이라는 우아한 일을 하는 것은 큰 매력입니다.

공연기획자는 크게 민간부문 공연기획자와 공연장의 공연기획자로 나뉩니다. 민간부문 기획자는 일을 빠르고 다이나믹하게 배울 수 있고, 공연장의 기획자는 안정성과 급여를 비롯해 비교적 높은 수준의 복지를 누릴 수 있습니다. 예술의 전당은 후자에 속합니다. 또한, 예술의 전당의 모든 공연을 무료로 볼 수 있다는 점은 급여나 타 복지와 비교할 수 없는 장점이겠죠.

토요콘서트, 11시 콘서트

예술의 전당 콘서트기획 Episode

보통 공연장의 오전은 준비시간, 오후는 리허설, 저녁은 공연시간이기에 오전에는 공연이 거의 없다. 그런데 주부들에게는 오전 11시야말로 휴식을 취하기에 적당한 시간. 그래서 50~60대 여성층을 공략한 11시 콘서트를 준비했다. 결과는 이어지는 매진행진. 그러나 기획자는 좋은 결과에 만족해서는 안 된다. 항상 주어진 결과물을 놓고 다시 벤치마킹하여 또 다른 훌륭한 기획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11시 콘서트를 재분석하여 이번에는 평일 저녁에 공연을 볼 수 없는 직장인을 대상으로 토요일 11시에 열리는 토요 콘서트를 기획하여 대성공을 이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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