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곡가들은 일평생 많든 적든 음악작품이라는 자신의 ‘분신’을 남긴다. 하지만 그들이 남긴 모든 작품이 완성작인 것은 아니다. 미완의 작품들 중에서도 현재까지도 생생히 숨쉬고 있는 작품들이 있다.
미완성으로 남아있는 곡들 중 슈베르트의 교향곡 8번은 ‘미완성’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린다.사실 슈베르트는 이 작품의 3악장을 스케치까지 해놓았다. 하지만 완전하게 작업을 마친 것은 앞의 2개 악장이기에 현재 무대에서 연주되는 것은 두 악장이다. 슈베르트가 이 작품을 쓰는 것을 중단한 이유는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몽환적인 도입부가 인상적인 1악장, 그리고 동요 ‘깊은 산 속 옹달샘 누가 와서 먹나요’와 흡사한 멜로디가 나오는 2악장은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한 빛을 내뿜는다.
또 하나의 유명한 미완성작은 영화 ‘아마데우스’로도 널리 알려진 모차르트의 레퀴엠이다. 원래 레퀴엠이란 죽은 자를 위한 진혼곡이다. 모차르트는 한 귀족에게서 이 레퀴엠의 작곡을 의뢰받았다. 그런데 당시 귀족의 의견을 전달한 사람이 마치 저승사자 같은 외양을 지녔고 모차르트가 곧 세상을 떠났다는 것 때문에 그의 죽음을 둘러싼 많은 루머가 파다했다. 모차르트는 이 작품의 앞부분만 조금 작곡해놓고 세상을 떠났는데 그의 제자인 쥐스마이어가 완성한 버전이 가장 자주 연주되고 있다. 모차르트가 단 여덟 마디만을 써놓은 악장인 ‘라크리모사’(눈물의 날)은 듣는 이의 눈시울을 적신다.
올해로 사후 100주년을 맞는 작곡가 말러는 교향곡 10번을 완성하지 못했다. 모차르트, 베토벤 등 많은 위대한 작곡가들이 교향곡 9번을 마지막으로 세상을 떠났는데, 이는 불행히도 말러에게도 적용되고 말았다. 작곡 도중 아내의 외도로 상처받은 말러는 피날레 악장에 ‘‘너를 위해 살고 너를 위해 죽는다!’라고 적어넣으며 절규했지만 그는 이 작품의 뼈대만 완성하고 살을 붙이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다. 이 작품의 완성에 도전한 여러 후대의 작곡가들이 남긴 판본 중 데릭 쿡의 버전이 가장 인정받고 있다.
작곡가들이 허락된 생을 마치는 순간, 완성하지 못한 곡이 있다면 편히 눈을 감지 못했을 것 같다. 미완성으로 남아있는 작품들은 물론, 그들이 미처 악보에 옮기지 못하고 머리 속에만 간직했던 음악들까지 합하면 우리가 놓친 걸작들은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을 것이다. 단명한 작곡가들이 많다는 것은 너무나도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