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비핵화 진정성 확인을 위한 남북간 고위급 회담 문제를 놓고 외교통상부와 통일부 사이에 미묘한 신경전이 감지되고 있다.
북한의 비핵화 문제는 정부가 남북문제의 핵심 현안으로 규정해놓고 있는 동시에 미국 등 한반도 주변국들에게도 해결이 시급한국제문제이기도 하다. 특히 미중정상회담 등을 통해 남북대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점이 재확인되고 ‘남북대화→6자회담’이 북핵 프로세스의 수순으로 한미정부간 공유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작 우리 정부 내에서 향후 북한과의 비핵화 문제를 논의할 주체와 부처간 역할이 명확히 정리되지 않고 있어 관련 부처들의 주도권 경쟁이 야기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성환 외교통상부장관은 25일 정례 브리핑에서 남북간 ‘비핵화 고위급 대화’와 관련, “궁극적으로는 6자회담의 테두리에서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비핵화의 진정성 확인 문제는 아직 관련부처간 협의를 진행 중에 있다”고 했다.
이는 남북간 고위급 비핵화 회담이 6자회담의 일부라는 인식으로 해석될 수 있으며, 이렇게 될 경우 6자회담의 주무부처인 외교부가 주도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논리가 된다. 외교부는 비핵화 남북대화를 위해 그간의 남북대화 채널이었던 통일부-통일전선부가 아닌 외교부-외무성 라인의 구축 방안도 검토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남북간 비핵화회담과 관련해 이처럼 외교부가 주도권을 쥐겠다는 의사를 시사하자 통일부는 내심 불편한 기색이다. 북한의 비핵화 진정성을 확인하는 우리측의 주체는 남북관계 주무부처인 통일부가 돼야 하며 과거 핵문제를 포함한 남북간 주요 현안에 대해서도 통일부가 회담을 주도해왔다는 것이다. 통일부 관계자는 26일 비핵화회담에서 통일부와 외교부의 역할분담과 관련,“비핵화회담을 어떤 형식으로 하게 될 것인지에 따라 다르다”면서 “과거에 남북간 비핵화회담을 할 때 여러 부처가 함께 논의해왔으며 핵문제를 포함한 현안 관련 장관급회담에서는 통일부가 나섰다”고 설명했다.
결국 이 문제는 북한이 우리 정부의 비핵화 당국간 회담 촉구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인지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이 비핵화회담에 대해 호응할지조차 불확실한 상황에서 지금부터 미리 회담의 구체적 형식을 짜 놓을 필요는 없다는게 정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안현태 기자 @godmarx>pop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