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준 지식경제부 제2차관
작년 중국과 일본의 영토분쟁은 많은 사람들에게 놀라움을 주었다. 중국에게 희토류 수출중단이라는 카드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특히 중국이 내든 카드가 대단한 위력을 갖고 있었다는 점은 더욱 놀라웠다.
중국, 인도 등 신흥경제국의 고도성장으로 에너지와 광물자원 수요는 급증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에너지 수요도 매년 소폭 증가하고 있으며 일부 광물의 경우 수요가 큰 폭의 증가세를 보인다. 반면, 자원의 공급국들은 자원민족주의 경향이 강해지면서 자원수출국끼리 카르텔을 결성하거나, 자원에 대한 외국인투자를 제한하며, 투자자의 이익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는 추세다.
자원 가격이 상승하면 오일샌드 처럼 생산단가가 높은 에너지 자원이 개발되고 탐사개발 기술도 향상되므로 중장기적으로 자원의 공급이 늘어날 것이다. 그럼에도 자원의 가격은 앞으로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이라는 것이 전세계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이다.
에너지 수급불균형과 가격상승은 에너지와 자원의 97%를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에게는 큰 위험요소이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에너지와 자원 수입에 약 1300억달러를 지불하였다. 피땀어린 우리나라 수출액의 약 3분의 1을 에너지와 자원의 수입에 지출한 것이다. 더욱 큰 문제는 에너지 자원을 확보하지 못하면 제조업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산업이 치명적인 타격을 받는다는 점이다.
우리 정부는 에너지 위협으로부터 산업과 국민을 지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선, 에너지 자원의 비축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수급차질이 발생할 경우 새로운 공급처로부터 자원을 반입하는데 필요한 기간인 약 60일치를 비축하고 있다.
자원전쟁에 대비하는 중장기적 방법은 해외자원개발이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해외에서 직접 개발하여 우리 기업들이 처분권을 갖게 되면 자원 가격이 상승할 경우 그만큼 판매수익이 늘어난다. 산유국이 누리던 오일머니를 우리나라도 향유할 수 있게 된다. 또한 국내 자원공급에 차질이 발생할 경우 자주개발한 자원을 국내로 반입할 수 있다.
정부는 해외자원개발을 국정 아젠다로 설정하고 과감한 해외자원개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막대한 재정을 투입, 석유공사 광물공사 등 자원개발 공기업이 글로벌 자원기업과 경쟁할 수 있도록 대형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공기업들의 해외 자산매입, M&A 등에 힘입어 작년 석유·가스 자주개발률이 사상 처음으로 10%를 넘어섰으며, 유연탄·철광석 등 6대 전략 광물의 자주개발률도 27%를 기록했다.
정부는 2019년까지 석유·가스의 자주개발률을 30%, 6대 전략광물의 자주개발률을 40% 수준까지 높이는 것을 목표로 안정적인 자원 확보에 매진하고 있다. 석유공사, 광물공사 등 공기업을 중심으로 해외 유망광구 매입과 탐사개발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자원개발인력, 정보, 기술 등 인프라를 보강하는 노력도 꾸준히 전개할 것이다.
그러나 해외자원개발 역량을 획기적으로 제고하기 위해서는 공기업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역동성과 창의성을 갖춘 민간기업들이 해외자원개발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해외자원개발에는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는 만큼 각종 연기금 등 대형 재무적 투자가 참여도 절실하다. 때문에 정부는 해외자원개발에 참여하는 민간기업과 재무적 투자가에 대한 지원을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다.
정부와 민간이 하나가 되어 해외자원개발에 매진하고 한편으로 신재생에너지 개발에 노력할 때 우리나라가 자원 빈국의 숙명에서 벗어나 에너지·자원의 당당한 수출국으로 거듭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