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정복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국가적 재난으로 확산된 구제역 사태와 관련, 지난 주말 “사태 해결 후 물러나겠다”며 사의를 표명하면서 같은 친박(친 박근혜)계 출신인 최경환 전 지식경제부 장관과의 엇갈린 명암이 눈길을 끈다.
입각 당시부터 두 사람의 분위기는 달랐다.
2009년 ‘9.3 개각’ 당시 박 전 대표는 이명박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유럽을 방문하는 자신을 배웅하기 위해 공항에 나온 최 전 장관에게 “좋은 일이 있을 것”이라고 귀띔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와 사전 논의가 있었다는 방증이다.
그러나 유 장관은 지난해 ‘8.8 개각’ 당시 청와대와 박 전 대표간 논의가 있었느냐를 두고 논란이 일었다.
박 전 대표는 유 장관으로부터 입각 사실을 전해듣고 “본인의 생각과 결정이 중요하다”고 말해 인사를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입각 후에도 최 전 장관은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정책 기반 구축과 아랍에미리트(UAE)원전 수주, 수출 세계 7위 도약 등 지경부발(發) 대형 호재의 중심에 섰다. 지난해 말 청와대가 실시한 장관 정책 수행도에 대한 일반인 대상 여론조사에서 1위를 차지했다.
반면 유 장관은 시련의 연속이었다. 취임 직후 쌀값 폭락 사태로 고역을 겪은데다 잦은 폭염과 강우로 채소값이 폭등하면서 정책 능력이 도마에 올랐다. 게다가 지난해 11월29일 경북 안동에서 시작된 구제역 사태가 두 달이 넘게 이어지면서 사퇴 압력에 직면했다.
결국 최 전 장관은 1년4개월의 ‘외유’ 끝에 지난 27일 박수를 받으며 국회로 ‘금의환향’했다. 박 전 대표도 “수고했다”고 치하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유 장관은 최악의 구제역이 결정타가 되면서 6개월여 만에 사실상 ‘불명예 퇴진’ 수순을 밟게 됐다.
한편 두 사람이 복귀할 경우, 친박 내 역할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최 전 장관은 지난 2007년 경선 당시 핵심인 캠프 종합상황실장을 지낸 만큼 향후 박 전 대표가 본격 활동할 때 ‘전력 증강’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유 장관 역시 입각 전까지 비서실장 역할을 계속 맡아오면서 누구보다 박 전 대표의 의중을 잘 알고 있는 측근인 만큼 내각에서의 시련을 딛고 활발한 활동을 보여줄 것으로 예상된다.
<조동석 기자 @superlet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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