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개인파산 1만298건
1영업일당 국민 41명 파산
월급 가압류도 70만건 넘어
가계부채 심화 올해도 지속
이웃 나라 독일을 닮아 가계 지출에 있어 절약의 정신이 뿌리 깊게 배어 있고, 또한 타인으로부터 빚 지는 것을 싫어하는 국민적 성향으로 인해 그동안 큰 문제점으로 부각되지 않았던 오스트리아의 가계부채 문제가 빠르게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
오스트리아 신용협회(AKV)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오스트리아의 개인 파산은 총 1만298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2009년 대비 7.1% 증가한 수치로 1영업일당 국민 41명이 파산한 셈이다. 문제는 이 같은 증가 추세가 올해도 지속될 것으로 대다수 전문가들이 전망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오스트리아 국민 1만명당 15명이 채무상환능력이 없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 비율은 수도 빈이 1만명당 28명으로 가장 높다. 이러한 가계부채 문제의 심화로 일반 가정들은 일상생활을 크게 위협받고 있다. 지난 한 해 동안 70만건 이상의 월급 가압류 신청이 접수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말 기준 25만~27만가구가 채무 상환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신용 전문 컨설턴트인 알렉산더 맬리 씨는 오스트리아 가계부채 문제의 원인으로 ▷실업이나 이혼 등 갑작스런 경제 환경의 변화 ▷개인의 소득 수준을 넘어서는 지속적인 과도한 지출 ▷납품업체나 고객의 파산 등 예상치 못한 사업상의 악재 등 크게 세 가지로 나눠 분석했다.
그는 이 가운데 두 번째 요인으로 인한 개인 파산을 방지하기 위해 한 가계가 유지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비용을 제시해 눈길을 끈다. 한 가계가 생활하는 데 월세 및 관리비(전력ㆍ난방비 포함) 이외에 성인 1인당 350유로, 자녀 1인당 150유로의 비용이 필수적인 만큼 4인 가족 기준 최소 1500유로 이상의 수입이 발생해야 가계 파산을 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들어 오스트리아 일반 가계의 재무 상황을 급격히 악화시키고 있는 주범으로는 주택 구입과 관련한 외화 대출이 지목되고 있다.
오스트리아 현지 통화인 유로화가 아닌 엔, 프랑(스위스) 등 외화로 일반 가계에 대출을 해 주는 외환대출 상품은 일본, 스위스 등의 금리가 오스트리아보다 낮은 데 착안해 개발됐다. 태생적으로 잠재돼 있는 환율 변동에 따른 위험에도 불구하고 오래전부터 오스트리아 국민들에게 큰 인기를 얻었다.
특히 대(對)유로화 환율이 전통적으로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던 스위스 프랑 대출은 오스트리아 전체 외화대출의 90% 정도를 차지할 정도로 오스트리아 국민들의 절대적인 사랑을 받아왔는데, 2008년 금융위기에 즈음해 이 효자상품이 가장 큰 문제아로 전락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2011년 1월 19일 현재 유로화에 대한 스위스 프랑화의 환율은 유로당 1.29프랑을 기록하고 있다. 3년 전인 2007년 10월의 1.68프랑과 비교해 4분의 1 정도 환율이 하락했다. 즉 관련 대출을 받은 일반 가계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4분의 1 이상 늘어난 셈이다.
더욱 큰 문제는 스위스 프랑화에 대한 유로화의 약세 추세가 상당 기간 지속될 전망이란 점이다. 외화 대출과 관련한 오스트리아 가계의 부담은 단기적으로는 크게 개선될 여지가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최근 들어 빠르게 부상하고 있는 오스트리아의 가계부채 문제와 관련해 내수경기 진작을 통한 빠른 경제 회복을 바라고 있는 오스트리아 정부의 현명하고 시기적절한 대응책 마련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