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정부가 도입하려는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는 시기상조라는 산업계의 주장이 제기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7일 대한상의 등 경제5단체 및 주요 업종별 단체와 함께 “배출권거래제의 도입 여부는 2015년 이후에 다시 논의해야 한다”고 정부 관계부처에 건의했다. 전경련 등 재계단체는 건의서를 내놓고 이에 대한 근거로 배출권거래제를 도입하면 국내 제조업의 원가상승으로 기업의 경쟁력 약화가 우려되는 데다가 일본 미국 등 주요국들도 배출권거래제 도입을 연기하거나 철회를 하고 있는 현 글로벌 추세와 부합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2012년 시행 예정인 온실가스ㆍ에너지 목표관리제의 운영을 통해 온실가스 배출에 대한 측정ㆍ보고ㆍ검증 시스템을 먼저 확립한 후에 배출권거래제 도입 여부를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계 단체들은 일단 건의서를 통해 “우리나라는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할 수 밖에 없는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를 가지고 있어 배출권거래제 도입은 제품의 원가를 상승시키고 국제 경쟁력의 약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밝혔다.
앞서 에너지관리공단은 배출권의 10%만 유상으로 할당돼도 산업계에 연간 약 5조6000억원의 추가 비용이, 100% 유상할당되면 최대 14조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고 분석한 바 있다. 전력거래소 역시 발전부문에서 최대 27조원의 추가 비용이 들어, 3~12%의 전기료 인상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전경련은 배출권거래제 도입에 중요한 고려사항인 ‘포스트교토’ 체제의 국가별 의무부담에 대한 논의가 진척되고 있지 않는 상황에서 우리가 배출권거래제를 전면 도입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실제 일본은 제조업의 국제경쟁력 약화를 이유로 작년 12월에 배출권거래제 도입을 무기한 연기했다. 또 미국은 작년 11월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승리함에 따라 배출권거래제 도입이 사실상 어려울 전망이며, 중국도 시범사업 수준에서 검토할 뿐 도입을 위한 구체적인 움직임이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건의서에서는 “주요 온실가스 감축의무국 중에 배출권거래제를 도입한 국가는 EU와 뉴질랜드 뿐이므로 우리나라도 일본, 미국, 중국 등 주요 경쟁국의 동향을 살펴 신중히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재계 단체 관계자는 “추가적 비용이 수반되는 배출권의 타당한 할당을 위해서는 정부와 산업계가 상호 신뢰할 수 있는 온실가스 배출에 대한 측정ㆍ보고ㆍ검증 시스템 구축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현재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면 적지 않은 기업들이 자사의 온실가스 배출량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전경련은 2012년부터 시행하는 온실가스ㆍ에너지 목표관리제를 통해 정부와 산업계가 상호 신뢰할 수 있는 국가 온실가스 데이터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경련 관계자는 “배출권거래제와 같은 규제를 도입하기에 앞서 건물, 수송, 가정 등에서 에너지 절약문화 확산을 통해 저탄소 사회로의 전환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영상 기자 @yscafez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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