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가 ‘2월의 고민’에 빠졌다.
지난해부터 몰아친 동반성장 강화 흐름에다 최근 화두로 떠오른 물가잡기 파트너십까지 정부의 요구 범위가 전방위로 넓어지고, 그 강도도 갈수록 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살리기와 투자활성화, 일자리창출 등 대승적 차원에서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게 재계의 역할 중 하나지만 정부의 직간접적인 연쇄 압박(?)엔 버거운 표정이 역력하다.
글로벌 경영환경 악화에 따른 자체 생존력 강화라는 숙제 외에도 정부와의 굳건한 파트너십을 유지하는 게 새로운 과제로 떠오른 분위기다.
전경련, 대한상의, 무역협회, 경총, 기협중앙회 등 경제5단체는 8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등 경제관련 장관들과 오찬 회동을 가졌다. 지난달 24일 이명박 대통령과 30대 기업 총수 간 간담회의 후속조치로, 일자리 창출 방안을 비롯해 투자확대 및 대ㆍ중소기업 동반성장 문제 등이 집중 논의됐다. 특히 서민 물가 안정에 재계가 같이 힘써달라는 정부의 특별 요청이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5단체는 이날 그동안 투자 활성화 계획을 차질없이 진행함과 동시에 동반성장, 물가 등에도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부의 모든 요청을 한번에 수용하기엔 힘이 부친다는 게 재계의 입장이다. 이날 5단체가 정부 정책의 뒷받침 의지를 피력하면서도 정부에 건의할 것은 건의한 것이 이같은 분위기를 대변한다.
5단체가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의 2015년 이후 논의를 건의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명박 대통령과 관련부처가 융통성있는 시행을 예고하고 있지만, 막대한 비용 지출이 수반된다는 점에서 거듭 시행시기 연기를 요청한 것이다. 대한상의는 법인세와 상속세 인하의 조속한 추진을 요청했다. 경영자총협회는 사내하도급 갈등의 원만한 해결과 함께 복수노조 시대 진입에 따른 정부의 매끄러운 정책 시행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단체 관계자는 “지난달 대통령과의 회동에서 30대그룹은 올해 113조2000억원 투자, 11만8000명 고용 등 사상 최대 규모의 계획을 밝힌 바 있다”며 “재계가 정부에 최대한 협조하는 이상 정부로서도 업계의 가려운 등을 긁어줄 필요가 있으며 이런 분위기가 정부측에 전달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동반성장, 물가 등 국정 최우선과제 등에 협력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며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기업 성장동력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내에서 이뤄질 일이고, 그것을 넘는 요청이 있다면 기업으로선 고민할 수 밖에 없다”고 재계의 분위기를 대변했다.
<김영상 기자 @yscafez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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