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미국이 축구경기를 하면 북한을 응원하겠다는 한국인의 비율이 25년 사이 껑충 뛴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소의 지원으로 8일 은기수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1985년부터 지난해까지의 각종 연구자료를 종합한 ‘한국인의 통일의식과 태도의 장기적 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과 북한의 축구경기에서 북한을 응원하겠다는 응답은 1986년 21.3%에서 1987년 55.1%, 1988년 58.1%, 1989년 71.2%, 1990년 82.0%로 매년 급격히 상승했다.
설문방식을 달리한 최근 연구자료에서도 미국 대신 북한을 응원하겠다는 응답자의 비율은 2008년 76.1%, 2009년 68%, 지난해 70.1%로 미국팀(6~8%), ‘양팀 모두’(6~10%), ‘어느 팀도 응원 안함’(10~13%) 등 다른 비율을 모두 크게 웃돌았다.
그러나 통일의 당위성에 대한 질문에는 ‘반드시 통일돼야 한다’고 답한 응답자 비율이 1995년 58.0%에서 1998년 47.9%, 2001년 22.0%, 2003년 16.2%로 꾸준히 감소했으며 2008년에는 12.3%를 기록했다.
반대로 ‘현재대로가 좋다’, ‘가급적 통일되지 말아야 한다’, ‘결코 통일돼서는 안 된다’ 등 통일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 응답자 비율은 1998년 17.5%에서 2008년 45.3%로 10년 동안 매우 증가해 통일을 당연하게 여기는 인식이 크게 약화됐다.
통일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서는 ‘같은 민족이니까’라고 답한 응답자가 1994년 59%에서 지난해 43%로 감소했지만, ‘전쟁 발발 방지’, ‘선진국이 되고자’ 등 실리적 관점에서 답한 응답자는 같은 기간 각각 14.6%, 14.2%에서 24.1%, 20.7%로 증가했다.
은 교수는 보고서에서 “축구경기 응원 설문에서 보듯 북한에 대한 인식은 1980년대 후반 극적인 변화를 경험했다. 이러한 결과는 냉전기를 지나면서 같은 민족으로서의 북한을 재발견한 데서 유래했다고 보여진다”고 설명했다.
또 “분단의 고착화로 인한 관심 퇴조, 통일비용 증가 등을 이유로 개인 차원에서의 통일에 대한 태도나 인식은 시간이 지날수록 감소할 수 있다. 그러나 사회 차원에서는 통일이 한국사회에서 여전히 중요한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이날 오후 서울대 호암교수회관에서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소 주최로 열리는 ‘제12차 통일학 기초연구 학술심포지엄’에서 발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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