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벌 등 이른바 ’간판’의 벽을 현장 기술 등 실력으로 뛰어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현장 중심의 기술과 함께 기술직에 대한 편견 등을 극복한다면 취업의 길이 의외로 좁지만은 않다는 게 취업전문가들의 조언이다.

4년제 대학 졸업 후 수백장의 이력서를 작성하며 취업에 도전했지만 번번히 실패했던 박재환(27)씨는 대한상공회의소 광주인력개발원 컴퓨터응용금형설계과에 입학하면서 취업의 문을 활짝 열었다.

실무 중심의 교육을 통해 현장 기술을 익힌 덕에 그는 한전KPS에 취업했다. 박 씨는 “대학이라는 간판만을 믿고 안일하게 취업에 대비하는 것은 위험하다”면서 “직업에 직접 연관된 능력을 배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 씨가 수료한 대한상의 인력개발원은 올해까지 17년째 100%에 육박하는 취업률을 이어오고 있다. 수료식이 얼마남지 않은 올해 역시 1861명의 수료예정자 중 93%가 취업에 성공했다. 대ㆍ중소기업을 막론한 회원사를 거느린 대한상의의 장점을 십분 활용해 현장 중심 교육을 실시한 결과다.

최근에는 취업이 어려워지면서 미취업 고학력자의 지원도 증가하는 추세다. 실제로 대학졸업자나 중퇴자의 지원비율이 2002년 8.6%에서 작년에는 43.0%로 8년간 5배나 늘었다.

이에 대해 대한상의 관계자는 “인력개발원의 교육과정은 철저히 현장기술 중심으로 맞춰져 있기 때문에 기업들도 실무에 바로 투입 가능한 이들을 선호한다”면서 “게다가 실습비, 식비, 교통비는 물론 기숙사도 국비로 충당되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어려운 취업준비생들에게 인기가 좋다”고 말했다.

2006년 3월 새롭게 출범한 한국폴리텍대학에도 최근 고학력자들이 속속 입학하며 사회 진출의 새로운 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대한상의 인력개발원과 마찬가지로 심각한 청년실업률 속에서 융합형 교육훈련 시스템, 현장 실무중심 강의, 맞춤훈련 등이 고학력자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게다가 ‘학벌’이나 ‘스펙’ 등 간판보다는 ‘실속’을 찾는 청년들이 늘면서 한국폴리텍대학이 인생 재설계, 터닝 포인트의 기회가 되고 있다는 평가다.

마이스터고의 인기도 높다. 특히 최근 삼성전자가 전국 16개 마이스터고 34개과의 1학년 학생 100명에 대한 정규직 취업을 보장하면서 더욱 관심을 끈 마이스터고에는 최근 3대1 가량의 높은 입시 경쟁률을 보이는 등 인기를 끌고 있다. 정부와 기업들이 마이스터고에 대한 지원의 폭을 더욱 넓히면서 우수한 학생들이 대거 모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무엇보다 4년제 대학을 졸업해도 취업하기가 쉽지 않은 현실에서 미래 취업이 보장된다는 점이 강점이다.

당장 ‘스펙’에 대한 선호가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실력 위주의 채용은 점점 확대되는 추세라고 전문가들을 지적한다. 한 취업포털 관계자는 “최근 조사에 따르면 입사후 가장 쓸모없는 분야가 학력으로 나타나기도 했다”며 “현장에 바로 투입할 수 있는 인재에 대한 수요는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남현 기자/airinsa@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