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복 시장이 부활하고 있다. 지난 2008년 금융 위기가 닥치면서 패션업계에서 가장 먼저 곤두박칠했던 남성복 매출이 2009년 여성복 시장의 회복세에도 꿈쩍 않다가, 2010년 두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하며 껑충 뛰어오른 것.
업계 관계자들은 “남성복 시장의 매출이야 말로 경기를 측정하는 바로미터”라며 “본격적인 경기 회복세에 접어들었다는 증거”라고 분석했다.
캠브리지코오롱은 최근 잠정공시를 통해 “2010년 매출액이 전년 대비 118.4% 신장한 4182억원을 기록했다”면서 “주력 브랜드인 캠브리지멤버스가 전년비 16.4%의 높은 매출 신장율을 보이며 성장을 이끌었다”고 밝혔다. 이는 여성캐주얼브랜드 쿠아(12.8%), 남성 토털 브랜드 지오투(7.8%)의 성장률을 크게 앞지르는 수치다.
캠브리지코오롱 관계자는 “2009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남성복 시장의 턴어라운드 영향과 남성 정장 브랜드의 비즈니스 캐주얼 비중 확대에 힘입어 매출이 눈에 띄게 향상됐다”고 설명했다.
제일모직의 2010년 남성복 매출액도 상승세가 뚜렷하다. 갤럭시가 전년 대비 20%, 빨질레리가 32% 가량 증가했다. 제일모직 관계자는 “남성복의 경우 두자릿수의 매출 성장이 결코 쉽지 않다”며 “남성복 시장은 이미 커질 만큼 커진 상태라 한창 성장중인 시장과 달리 유통 확대에 따른 매출 증가폭이 적기 때문에 이번 매출액은 순수하게 판매를 통해 증가분인 셈”이라고 말했다.
신원의 남성복 브랜드 지이크와 지이크 파렌하이트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2010년 매출액이 전년 대비해 각각 30%와 45%나 신장했다. 신원은 남성복 부문의 선전에 힘입어 패션 부문 전체에서 30% 수준의 높은 매출 신장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2011년 하반기에는 새로운 남성복 브랜드를 추가 론칭할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패션에 대한 남성들의 관심이 높아졌다는 점도 남성복 매출 확대에 주요하게 작용했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그 점만으로 2010년 한 해 동안의 폭발적인 성장세를 설명하기는 부족하다는 게 중론이다.
이에 한 패션 관계자는 “업계에서는 남성복 시장이 주식 시장과 연계된다고 본다”며 “주식시장의 꾸준한 회복이 남성의 소비 심리를 자극해 남성복 매출 증대에까지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남성복 라인이 점차 고급화되고 가방, 구두, 액세서리 등 토털화 경향을 띠면서 이 같은 상승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김소민 기자/so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