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군사 실무회담 결렬…향후 전망은
“南 역적패당과 상종못해”북측 성명통해 원색적 비난
우리측 先 천안함 해결 고수
고위군사회담도 난항 예상
북한 식량난·美-中압박
전문가 대화국면 유효 전망
냉각기 뒤 다시 회담 나설듯
북한이 천안함ㆍ연평도 도발을 전면 부인하고 남북 군사실무회담을 일방적으로 결렬시키면서 한반도 정세가 다시 안갯속에 싸였다. 북한이 강경한 태도로 돌변하고 우리측도 ‘선(先) 천안함ㆍ연평도 문제 해결’ 원칙을 고수하고 있어 단기간 내 군사실무회담 재개 여부가 불투명해졌으며 남북간 고위급 군사회담 성사에도 상당한 난관이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국내외 정세상 대화국면은 유지되겠지만, 당분간 결정적 돌파구를 찾기는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군사회담 북측 대표단은 실무회담 결렬 하루 만인 10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성명을 내고 “역적패당이 북남관계 개선을 바라지 않고 대화 자체를 전면 거부하고 있는 조건에서 우리 군대와 인민은 더이상 상종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북한군은 이어 “겉으로는 대화에 관심이나 있는 듯이 흉내를 내고 속으로는 북남대화 자체를 거부해 6자회담 재개와 조선반도 주변국들의 대화 흐름을 막고 대결과 충돌국면을 지속시켜 저들의 반공화국 대결정책 전환을 요구하는 내외여론을 무마시켜보려는 것이 역적패당의 속내”라고 주장했다.
천안함ㆍ연평도 문제를 우선 해결해야 한다는 우리 정부의 입장은 여전히 확고하다. 이날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문제의 핵심은 북측이 천안함, 연평도 사과 카드를 들고 오느냐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다른 정부 당국자도 “회담장을 일방적으로 박차고 나간 북한의 태도는 치고 빠지기식의 전형적 전술”이라고 했다.
미국 의회의 유력 의원들도 오바마 행정부에 남북관계 개선과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확인하기 전에는 미국이 6자회담에 나서지 말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존 카일 공화당 상원 원내총무와 국방위 소속의 존 매케인 의원, 무소속 조 리버먼 상원 국토안보위원장 등은 지난주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에게 보낸 서한에서 “북한이 한국과의 관계를 개선하는 구체적 조치를 취하고,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를 위한 진정한 의지를 증명했다고 우리와 한국, 일본이 합의할 때까지 또 다른 6자회담을 시작하지 않는다는 미국의 의지에 변함이 없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북한 전문가들은 남북간 ‘샅바싸움’이 일정기간 지속된 후 실무회담이 재개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6자회담 재개를 위한 미ㆍ중의 압박과 식량난 등 북한의 절박한 내부사정이 북한을 다시 회담 테이블로 돌아오게 만들 것이라는 설명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의 격렬한 반응으로 볼 때 군사회담을 포함해 남북 당국 간의 추가회담 가능성은 커 보이지 않는다”면서 “하지만 큰 틀에서 미ㆍ중이 남북대화를 원하고 있어 숨고르기 과정을 거쳐 실무회담이 재개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도 “이번 군사실무회담이 성사되는 과정도 미국과 중국이 남북한을 떠민 결과로 봐야 하고, 그런 면에서 고위급 군사회담까지는 굴곡은 있겠지만 결국 그쪽으로 갈 가능성은 높다”고 설명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처음부터 북한이 쉽게 접고 들어오지는 않을 것으로 봤다”면서 “짧은 시간 안에 우리가 바라는 의제조율이 이뤄지기는 어렵겠지만, 회담이 일방적으로 철회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양춘병ㆍ안현태 기자/pop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