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월 한나라당 의총에서 치열한 논쟁을 불러왔던 세종시 수정안 논란. 정운찬 당시 국무총리는 행정기관 이전을 백지화하고 자족기능을 강화시킨 세종시 수정안을 정치권에 던지며 수정안에 올인했지만, 결국 국회 본회의 부결로 쓸쓸하게 퇴장했다.
해가 바뀐 2011년, 여권에 드리워진 총리와 세종시의 잔상은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입지 선정 문제와 개헌논란으로 부활했다. 소재는 달라졌어도 핵심은 달라진 게 없다. 엔진이 공회전하는 것처럼 1년이 지나더라도 한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요즘 김황식 총리를 제2의 정운찬이라고 부르는 목소리가 정치권에서 간혹 들린다. 정 전 총리의 세종시 수정안 바통을 김 총리가 과학벨트 원점 검토로 이어받았다는 점을 빗대 하는 말이다.
이상민 자유선진당(대전 유성) 의원은 11일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김황식 국무총리, 제2의 정운찬이다. 총리 자리에 분별력 잃고 대통령 공약 뒤집기에 앞장서고 있으니”라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의 나팔수 자처하고 나섰다가 그 종말이 어떠했는가. 후안무치한 포항 몰아주기는 모른 척 하고, 참 파렴치하고 불량한 대통령과 총리”라고 혹평했다.
한나라당 한 관계자는 “정운찬 당시 총리가 세종시 수정안 홍보를 위해 충청권을 자주 찾았는데, 충청도민들이 ‘왜 또 오나’라며 외면했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김 총리가 정 전 총리와 오버랩되는 대목이다.
최근 여권에서 촉발된 개헌논쟁은 세종시 논란 때 중심에 선 친이-친박계 간 계파 갈등이 연상된다. 때문에 개헌논란은 세종시 싸움의 확전으로도 불린다.
세종시 수정안 찬반을 놓고 벌인 한나라당의 계파 갈등이 겉으로 볼 때 실리(친이계)와 원칙(친박계)의 문제였다면, 개헌은 권력 싸움으로 한발 더 깊숙이 들어간 셈이다.
더욱이 이번 개헌논의는 지난해 7월 재보선에서 화려하게 귀환한 ‘MB정권 2인자’ 이재오 특임장관이 주도하고 있다. 친박계와 야당이 개헌을 ‘친이계 결속용’, ‘레임덕 방지용’이란 의구심을 거두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이 장관은 이날 한 라디오에 나와 “이 정권이 선진헌법 만들어 물려주겠다는 게 정치적 의도라면 의도”라고 잘라 말했다.
<조동석 기자 @superlet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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