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사내하청 직원을 정규직으로 인정하라는 서울고등법원 판결에 대해 대법원 상고 및 헌법재판소 헌법소원 등 법적 대응과 생산현장에 대해서도 필요할 경우 별도 조치를 강구하는 등 투 트랙 전략을 구사하기로 했다.
11일 현대차에 따르면 회사는 서울고법이 대법원 파기환송심에서 현대차 울산1공장 의장라인에서 2년 이상 근무한 사내하청 직원을 정규직으로 인정하라고 지난 10일 판결한 데 대해 이르면 다음주 중 대법원에 상고하기로 했다.
현대차 측은 “지난 2006년 대법원이 이번 소송건과 관련이 있는 재판에 대해 ‘현대차와 사내협력업체 사이의 도급계약을 근로자파견계약이라고 볼 수 없다’며 상반된 결론을 내린 바 있어 대법원 상고를 결정했다”면서 “다음주 중 상고가 이뤄지면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최종 입장이 정리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대법원 상고와는 별도로 헌법재판소 헌법소원을 통해 현대차 사내도급은 파견관계가 아니라는 부분에 대한 판단도 요청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대차는 작년 7월 대법원 및 이번 서울고법 판결 과정에서 문제가 된 울산공장 현장검증이 이뤄졌더라면 다른 결론에 도달할 수 있었을 것으로 내부적으로 판단하고 있다. 동일한 공장에서 작업이 이뤄질 뿐 사내도급을 통해 진행되는 작업과 정규직원들의 작업이 엄연히 분리된 것을 인정하지 않아 사내하청 직원의 정규직화 결정이 내려졌다는 것이다.
따라서 최악의 경우 현대차 사내도급이 파견관계가 아니라는 점을 명확하게 할 수 있는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도록 현장에 조치를 취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컨베이어벨트를 통해 차량을 생산하는 업무 특성상 작업시간과 작업방법을 사내도급업체가 원청업체 요구에 맞출 수밖에 없다는 점만 인정되면 최종 결과는 달라질 것”이라면서 “필요하다면 가이드라인에 맞춰 현장을 재배치하는 방법도 검토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사내도급을 현장에서 별도 블록화하는 방법으로 파견관계가 아니라는 판결을 받아낸 이전 판례가 있었던 만큼 현대차도 마지막 수단으로 이 같은 조치를 취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이충희 기자 @hamlet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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