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한 경제난에 허덕이고 있는 북한이 최대명절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을 맞아 주민들에게 ‘특별배급’을 실시했는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정일의 칠순 생일인 16일 오전까지 주민들에게 고기나 생필품 등의 특별배급이 이뤄졌다는 북한 매체의 보도나 징후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북한에서 김정일의 생일은 태양절(김일성 생일)과 함께 최대 명절이어서 과거 북한 당국은 종종 ‘명절공급’을 통해 주민들의 충성심을 유도하고 김정일의 은덕을 강조하는 수단으로 활용해왔다. 하지만 2009년 말 화폐개혁 실패 이후 북한의식량난과 경제난이 극도로 악화되면서 올해도 과거와 같은 수준의 특별배급이 이뤄졌을지 여부는 미지수다. 이와 관련해 대북 단파라디오인 열린북한방송은 이날 국경지역인 함경북도 회령시 소식통을 인용, “함경남북도에는 김정일 생일 쌀 공급이 없었다”고 전했다. 또 양강도 혜산 소식통은 이 매체에 “16일 당일 하루 분 쌀을 공급한다는 포치(통보)가 있었지만 어디서 어떻게 타가라는 이야기는 없었다. 때문에 혜산시 주민들은 하루분 쌀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 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이어 “혜산이 이 정도면 양강도 다른 지역은 쌀이 나올 가능성이 없다”고 덧붙였다.
앞서 대북매체인 ‘데일리NK’도 함경북도 소식통을 인용, “주민들에게는 통상 3일전부터(13일) 생일 전날까지 5~10일분의 쌀 또는 옥수수 배급이 이뤄지는데 15일 오전까지 아직 배급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데일리NK는 통상 김정일 생일 5일전부터 술, 고기 등의 부식물과 간식 등이 담긴 선물상자가 간부들에게 전달되는데, 올핸 아직 소식이 없다고 덧붙였다.
대북 소식통들의 이 같은 전언은 북한이 처한 식량난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간접적으로 드러내는 것이다. 실제 북한은 미국과 영국 등 전세계 각국 정부 외에 최근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에도 식량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경제난 속에 김정은으로의 후계체제 구축하는 과정에서 악화된 민심을 달래고 김정일에 대한 충성심 유도를 위해 특별배급을 실시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북한 매체들이 특별배급에 대해 공식적으로 보도하는게 아니어서 정확한 확인은 어렵지만 과거에도 특별배급이 있어왔던 것으로 안다”면서 “(특별배급)가능성은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안현태 기자 @godmarx>pop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