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과 국제기구들을 상대로 식량확보를 위해 전방위로 손을 내밀고 있지만 잇따라 ‘퇴짜’를 맞고 있다. 여기에 최근 북한에서 발생한 구제역과 중국의 겨울철 가뭄 등이 또 다른 암초로 부상하고 있어 올해 북한의 식량난은 가중될것으로 보인다.
17일 대북 매체 등에 따르면, 북한은 최근 폴란드에 석탄을 주는 대신 식량을 달라고 제안했으나 거절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폴란드 과학대학의 니콜라스 레비 자문위원은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이 폴란드 주재 대사관을 통해 폴란드 정부에 석탄과 식량을 맞바꾸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폴란드가 북한의 제안을 거부한 것은 북한이 그동안 대금지급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국무부도 식량분배에 대한 투명성이 확보되지 않는 한 북한에 식량지원을 할 계획이 없음을 재확인했다. 필립 크롤리 미 국무부 공보담당 차관보는 16일(현지시간) 정례브리핑에서 식량지원 문제에 대해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면서도 “분명한 필요성에 대한 평가가 있어야 하고, 식량이 가장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신중한 모니터링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작년말 북한에서 발생한 구제역이 향후 북한의 식량생산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농업의 기계화가 진전되지 않은 북한은 아직도 우경(牛耕) 의존도가 높아 구제역 확산을 막지 못할 경우 당장 봄철 농사에 적지않은 지장을받는다는 것이다. 권태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원장은 “북한사육 소의 두수가 50만 ~60만 마리 정도인데 이 중 3분의2가 역축(役畜)으로 사용된다‘면서 “농기계가 부족한 상황에서 특히 5월 농사철 경운할 때가 되면 소가 굉장히 중요한 도구로 사용되기 때문에 땅을 갈지 못하면 모내기 등 영농 작업이 지연된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늦어도 4월 말에서 5월까지는 완전히 구제역을 차단해야 가을 곡물수확의 손실이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또 세계 최대 밀 생산국인 중국에서 겨울철 가뭄이 석달 이상 지속되면서 중국에 곡물수입을 의존하고 있는 북한에도 적지 않은 타격이 예상된다. RFA는 “겨울 밀 생산의 80% 정도를 차지하는 베이징과 허베이, 산시, 허난 등지에서 지난해 10월 이후 100일 넘게 비나 눈이 내리지 않고 있어 겨울밀의 생산량이 급감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는 북한의 식량 확보에 악재로 작용해 올해도 북한의 식량난은 여전히 심각한 수준에 머무를 것”이라고 전했다.
<안현태 기자 @godmarx>pop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