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측이 고등훈련기 도입 우선협상자 선정을 코앞에 두고 있는 상황에서 인도네시아 대통령 특사단의 숙소 침입사건에 국가정보원 직원들이 개입한 의혹이 제기돼 T-50 고등훈련기의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나 않을 것인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정원 개입의혹이 사실로 확인된다면 이 사건은 그간 우리나라가 추진해온 중동, 동남아, 아프리카 등지로의 국제 무기수출 길에도 예상 밖의 암초가 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국방부와 방위사업청은 이 사건이 인도네시아에 대한 T-50 고등훈련기 수출 전선에 미칠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우리 정부와 인도네시아는 T-50 수출 문제를 협의하고 있으며 인도네시아 측은 1,2위를 다투고 있는 한국과 러시아를 대상으로 조만간 훈련기 도입 사업의 우선협상 대상자를 지정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앞서 인도네시아는 지난해 8월 T-50과 러시아의 Yak-130, 체코의 L-159B 등 3개 기종을 고등훈련기 사업후보로 선정해 가격과 성능평가를 해왔다. 특히, 인도네시아는 지난해12월 이명박 대통령의 인도네시아 방문 당시 양국 정상이 훈련기, 잠수함, 무전기 생산 등의 방위산업 분야에서 협력을 약속한 이후 다른 나라 훈련기보다 T-50에 더 큰 관심을 보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방위사업청 관계자는 22일 “인도네시아 측에서 조만간 1, 2개 기종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려던 움직임이었다”면서 “이번 사건이 T-50 수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우려했다.
최근 인도네시아 정부가 고등훈련기 사업을 놓고 공정한 진행 및 평가방법 등을 점검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져 이번 사건이 어떻게든 다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13년간 2조 원을 들여 2001년에 개발돼 경남 사천의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서 생산 중인 T-50은 우수한 기동성과 비행 안정성 등을 장점으로 범정부 차원에서 수출을 추진했지만 2009년 2월 아랍에미리트(UAE)에 이어 지난해 7월 싱가포르의 고등훈련기 사업 수주전에서도 잇단 고배를 마셨다. 러시아와 이탈리아 등이 동종 훈련기를 터무니없이 덤핑 가격으로 제시한 때문이었다. 정부는 훈련기 도입사업을 추진 중인 인도네시아와 미국, 인도 등에 T-50 수출을 기대하고 있으며, 이탈리아에 밀린 아랍에미리트(UAE)와도 재협의를 타진 중에 있다.
한편 우리나라와 인도네시아는 T-50 외에 흑표(K-2 전차)와 신궁(휴대용 대공미사일) 등 다른 방산품목 가운데 구체적으로 협의되고 있는 수출 아이템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김대우 기자@dewkim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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