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권의 민주화 시위가 중국에까지 상륙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북한에서 일부 지역 주민들의 집단시위와 전직 보안서장 피살 사건이 발생하는 등 북한 주민들의 반(反)정부 행동이 확산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북한 당국 역시 최근 중동발(發) 민주혁명에 잔뜩 긴장하면서 주민통제를 대폭 강화하는 모습이다.
23일 대북매체인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을 앞둔 이달 초 함경북도 청진시에서 전 보안서장이 괴한들에게 피살된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RFA는 청진시 소식통을 인용, 피살된 보안서장은 주민들 사이에서 악명이 높았던 인물로 퇴근길에 여러명의 괴한들이 던진 돌아 맞아 사망했다고 설명했다. 해당 지역을 관할하는 보안국은 즉시 이 사건에 대해 조사를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김 위원장의 생일 이틀 전인 지난 14일 평북 정주·용천·선천 등에서는 주민들이 집단 시위를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중동을 강타하고 있는 국민들의 조직적인 반정부 시위가 북한에서 나타난 적은 없지만 경제난과 식량부족이 갈수록 심화되면서 평양 외 다른 지역에서 주민들의 생계형 시위는 계속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지난 2008년 초 북한 당국이 ‘50세 미만 여성의 장사 금지’를 명령하자 함북 청진시에서는 50세 미만 여성들이 일제히 시장관리소에 몰려가 집단 항의하는 사건이 있었다. 올해 초에도 함경북도 연사군에서도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리던 주민들이 땔감을 모두 회수한 산림감독대의 감독원 3명을 살해하는가 하면 최근에는 배고픔을 이기지 못한 장교들이 작업 명령을 집단으로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북 소식통은 RFA에 “최근 북한 당국이 현실과 맞지 않는 정책을 내놓아 번번이 실패하면서 주민 사이에서 불만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내부적으로 주민 불만이 고조되고 최근 중동에 이어 중국에서도 민주화 시위가 벌어지는 등 주변상황이 심상치 않자 북한 당국은 주민 통제를 대폭 강화하고 나섰다. 일본 교도통신은 지난 21일 최근 북한을 다녀온 외국인들의 말을 인용, 외부정보 유입을 철저히 차단하는 북한 당국이 지난 1월부터 외국인 방문객에 대한 휴대전화 대여를 중단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북한이 내부 인트라넷에 대한 통제도 강화할 것이라는 관측도 함께 제기된다.
주민들에 대한 사상교육도 한층 강화됐다. 일반 주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조선중앙방송은 최근 “서방식 민주주의와 다당제를 받아들인 나라들에서 최근 정치적 혼란과 폭력사태가 걷잡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 국제사회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안현태 기자 @godmarx>pop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