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준(準) 내전 상태에 돌입한 리비아에서 각국 국민들의 탈출행렬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수백명의 북한 근로자들이 리비아 내에 체류중인 것으로 24일 알려졌다.
자유아시아방송(RFA)는 이날 “리비아에 체류하는 것으로 알려진 북한 근로자는 약 200여명”이라며 “대부분 의사나 간호사 등 의료진을 비롯해 노동자와 이들을 관리하는 당국자들”이라고 전했다.
리비아 주재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RFA에 리비아 내 북한 주민이 200명 규모라고 설명하면서 “현지의 북한 사람들이 워낙 조용해서 평소에 활동 상황이 잡히지 않는데, 지금도 이들에 대한 정보는 없다”고 덧붙였다.
RFA는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 정부가 리비아에서 자국민들을 탈출시키기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리비아의 오랜 우방인 북한의 경우 당장 긴박하게 움직이지는 않고 있으며 사태 추이를 지켜보며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미국 북한인권위원회의 김광진 연구원은 RFA에 “북한도 나름대로 위기 상황에 대한 대처 능력이 있기 때문에 관리를 할 것”이라며 “하지만 다른 나라들처럼 긴박하게 움직이는 정도는 아니고, 리비아는 북한에 우호적인 나라니까 시간을 봐가면서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향후 사태가 더 악화될 경우 북한이 리비아 내 자국 근로자들을 주변 국가로 이동시킬 수 있겠지만 전세기를 동원한 주민탈출 등은 비용 문제 등으로 고려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리비아 내 한인회 관계자도 “북한측에서 일단 자체적으로 리비아 사태에 대처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편 영국 주재 북한 대사관의 관계자는 리비아처럼 외국에서 발생한 위기 상황에서 현지 북한 근로자에 대한 당국의 대책을 묻는 RFA의 질문에 ‘할 말 없다(no comment)’며 답변을 거부했다.
북한은 1980년대와 90년대에 걸쳐 수많은 건설 노동자를 리비아에 파견했으며, 2008년에도 건설 노동자들을 다시 파견하기 위해 북한과 리비아 간 접촉을 갖기도 했다. 또 작년 6월에는 북한 외무성의 김형준 중동·아프리카 담당 부상이 리비아를 방문해 양자협의를 갖기도 했다.
<안현태 기자 @godmarx>pop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