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투트랙’기조 유지
北 전향적 태도변화 유도
“대화와 압박 모두 유효하다. 지금은 대화를 추구하면서도 압박을 계속해 나가는 것이 적절하다.”고위 외교 당국자는 3일 한ㆍ미 양국의 대북 전략을 이같이 설명했다. 위성락 외교통상부 장관의 방미, 로버트 아인혼 미 국무부 대북제재 조정관의 방한을 계기로 한ㆍ미 양국의 이 같은 ‘투 트랙’ 전략이 보다 구체화하고 있다.
최근 한ㆍ미 당국자는 잇달아 대화 메시지를 북한에 보내고 있다. “인도적인 식량 지원은 정치와 별개”라는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의 발언, “대화의 문은 항상 열려 있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3ㆍ1절 경축사 등이 대표적이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북한과 중국의 잇단 대화 제안을 “진실성이 없다”며 일언지하에 거절했던 것에 비해 달라진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북한과의 대화에 한ㆍ미 양국이 유연성을 발휘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특히 보릿고개를 앞둔 북한에 식량 지원 가능성을 열어둔 것은 북한 당국에도 솔깃할 만한 내용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잇단 대화 발언 속에서도 “대화만을 위한 대화는 안된다”는 기존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북한이 대화 테이블에 앉았다는 이유만으로 쌀과 돈을 줬던 과거의 사례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도다.
정부 관계자는 “대화 국면으로 진전이 이뤄지지 않는 것은 북한의 강경한 입장 때문”이라며 “우리도 지켜야 할 기본 원칙이 있다. 대화 자체에 대해서는 최대한 유연성을 가지려 하지만, 원칙을 버리면서까지 대화에 매달릴 이유는 없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천안함ㆍ연평도 등에 대한 사과와 재발 방지를 약속하며, 남북관계 개선에 진심을 보이는 것이 필수조건이라는 얘기다.
이 같은 기조는 최근 한ㆍ미 양국의 대북 강경 정책 유지에서도 읽을 수 있다. 두 나라 정치인과 당국자가 그동안 금기시됐던 전술 핵무기 배치에 대해 언급한 것, 미 국무부가 이날 밝힌 해외 원조 및 지원 예산안에서 북한 관련 사항을 삭제한 것, 북한의 농축우라늄(HEU) 문제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정 추진 등은 여전히 북한에 대한 압박 카드가 유효함을 보여주는 사례다.
외교통상부는 이날 국회 보고자료에서 대화와 제재를 병행하는 투트랙 기조를 견지하면서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를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북측의 도발 가능성이 상존한 점을 감안해 한미 방위태세 강화와 대북 제재를 지속적으로 이행하겠다고 설명했다.
최정호 기자/choijh@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