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씨는 산둥성(山東省) 출신 한족으로 한국 기업의 중국 주재원 진모씨와 결혼해 딸 하나를 뒀지만, 이 사실들은 그녀의 ‘과거’를 말해주는 단서일 뿐, 덩씨의 ‘현재’는 무성한 추측과 루머의 베일 속에 가려 있다.
9일 남편 진씨와 현지 외교관과 교민사회의 말을 종합하면 덩씨는 이유야 어쨌든 현지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실력자’로 통한다.
남편 전씨는 “그녀의 정체를 나도 모르겠다” 면서도 “상하이에서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고 여운을 남겼다. 덩씨 스스로는 주변인들에게 “덩샤오핑(鄧小平) 손녀”로 자신을 소개하기도 했다.
덩씨가 한ㆍ중간에 쉽지 않은 의전과 현안들을 막힘없이 풀어내는 권세를 과시하자, 주변에서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부주석을 양아버지라 부른다더라”는 소문까지 나돌았다. 실제로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과 오세훈 서울시장, 신정승 전 주중대사 등 한국 고위인사들은 모두 덩라인을 통해 위정성(兪正聲) 상하이 당서기 등 중국 권력자를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탈북자와 국군포로 11명 동시상환과 제주도, 상하이간 우호도시 양해각서(MOU) 체결 등에도 덩씨의 역할이 적지않았다는 게 외교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배후 실력자라는 입소문이 현지 외교가에 떠돌면서 덩씨의 행보는 날이 갈수록 과감해졌다. ‘관시(關係)’를 미끼로 상하이 영사들과 잇달아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자기 사람’으로 만들었다. 노골적인 이권 개입과 스파이 행위를 의심할만한 기밀정보 유출이 시작된 것도 이 때부터다.
수년전까지만 해도 민원을 해결해주고 건당 수천만원(한화 기준)의 급행료를 받던 단순 브로커 당씨는 최근들어 비자발급 등 정부 관련 업무로 영역을 확대, 한국 비자 신청 대리권 하나를 넘겨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남편 전씨를 통해 발견된 기밀정보 유출 건으로 인해 덩씨를 중국 공안과 연계된 스파이로 보는 시각도 없지 않다. 이와 관련해 교민사회 일각에서는 덩씨와 긴밀하게 접촉한 외교관들이 최소 3~4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기도 한다.
중국 정보에 밝은 한 소식통은 그러나 “베이징과 달리 상하이는 정치도시로 보기 어렵고 기밀정보라는 것도 실상 특별할 것이 없다” 면서 “무엇보다 덩씨를 스파이라고 보기엔 어설픈 구석이 너무 많다. 현재로서는 이권을 노린 브로커일 개연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양춘병기자@madamr123> ya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