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민들사이 공공연한 비밀
기밀문서 누설 파악도 못해
외교통상부가 상하이 총영사관에서 벌어진 스캔들로 다시 위기를 맞고 있다. 소속 부처를 떠나 외교부가 현지 공관원과 주재원들의 관리 책임을 맡고 있다. 때문에 정치권을 중심으로 문책론이 일고 있어 그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지 주목된다.
특히 상하이 총영사관의 내부 직원 간 문제가 발생한 지 몇 달이 지난 뒤에야 조치를 취하고, 그나마도 기밀문서 누설 사실조차 인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9일 외교통상부 최고위 관계자는 “부처를 떠나 한국을 대표해 외교 활동을 하는 사람들인데 이번 일이 벌어진 데 대해 송구스럽다”면서 “잘못에 대해 책임을 묻고 관리감독을 철저히 하는 한편 시스템도 개선하는 방향으로 가겠다”고 말했다.
특히 외교부 소속 총영사와 영사 1명도 문제의 여인인 덩신밍과 접촉했고, 덩 씨가 가지고 있는 전화번호 리스트가 전 총영사의 것이라는 점에 외교부는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외교부 관계자는 “지난달 24일 총리실로부터 외교부 직원 1명에 대해 의혹이 제기됐으니까 조사하라는 통보를 받고 조사를 자체적으로 진행 중”이라며 “현재까지는 의혹이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외교부의 늦장 대응이다. 상하이 총영사관의 직원 간 문제를 인식, 해당 직원을 소환 조치한 시점은 지난해 10월께다. 상하이 교민들 사이에 두 영사와 덩 여인, 영사 부인 간 스캔들이 오르내리기 시작한 지 반년이 지난 뒤다. 그나마도 외교부는 총리실의 통보 전까지도 이 문제를 치정사건으로만 알고 있었다.
외교부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9월 특별채용 파동 이후 쇄신노력을 기울여왔는데 다시 국민적 이미지가 실추될까 우려된다”며 “불미스런 일이 벌어져 안타깝다”고 말했다.
특히 외교부 비판의 단골 메뉴인 영사 분야에서 이 같은 사태가 발생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조사 과정에서 비자 관련 특혜 제공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주소관 부처인 법무부뿐만 아니라 외교부도 책임을 면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한편 외교부는 이번 파문을 계기로 각 재외 공관에 주재관의 근무기강을 점검하라고 지시를 내리는 등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특히 총영사관의 비상연락망과 비자발급 기록, 정치권 인사 200여명의 연락처 등이 유출된 만큼, 재외공관의 보안에 각별히 신경 쓰도록 강조한다는 방침이다.
최정호 기자/choijh@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