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기 전 상하이 총영사는 이명박 대통령 보은 인사의 대표 사례로 거론되는 인물이다. 대통령 선거전 당시 한나라당 필승대회 준비위원장으로 일했던 그는, 2008년 총선 공천에 탈락해 두달 뒤 상하이 총영사로 임명됐다. 2005년 중국 북경대에서 연수과정을 밟은 후 연구교수로 잠시 일했지만, 공적 관계보다 ‘꽌시’라 불리는 인맥을 중시하는 후진적 환경 속에서 수 많은 공관원들과 교민을 관리해야 하는 상하이 총영사 자리엔 맞지 않은 인물이라는 게 당시 외교가의 평가였다.
이런 낙하산 인사는 바로 총영사관 내 직원간 갈등으로 이어졌다. 김 전 총영사는 이번 사건발생 초기 “자신을 음해하려는 세력의 조작”이라며, 자신과 갈등 관계에 있었던 국정원에서 파견된 부총영사를 지목한 바 있다. 현지 소식통들에 따르면 부총영사는 낙하산을 타고 내려온 총영사를 못마땅하게 여겼고, 여기에 정보기관 특유의 배타성이 더해지면서 사사건건 마찰을 빚었다고 한다.
김정기 전 상하이 총영사가 9일 저녁 창성동 중앙청사별관에서 조사를 받고 귀가하고 있다./이상섭 기자 babtong@ |
상하이 총영사관의 낙하산 인사, 조직원간 갈등 속에 30대 중국 여인 덩신밍 사이의 부적절한 스캔들이 터졌다. 좁은 교민 사회, 주재국의 24시간 감시 속에서 살아야 하는 공관원들이 한 여인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정보 누출과 협박, 싸움까지 벌였다는 것은 총영사관의 업무 기강이 땅에 떨어질대로 떨어졌음을 보여줬다.
한 외교 전문가는 “대선 캠프에 있었다는 정치적 이유로 전문성을 묵과한 채 내보낸 인사가 결국 일부 부처 주재관의 잘못된 관행과 공관원들의 기강 해이라는 숨어있던 문제에 불을 붙인 셈”이라며 “이런 사태의 재발방지를 위해서라도 외교관 인사에 대한 원칙을 재점검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정호 기자@blankpress> choijh@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