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사실 아니거나 곧 깨질 말” 일축
다국적군이 공습에 나서자 다급해진 리비아군은 20일 즉각적인 정전을 발표했다. 하지만 서방 국가들은 리비아가 지난 18일 한 차례 정전 선언 뒤 곧바로 반군의 본거지인 벵가지를 공격한 점을 들어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앞서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는 “장기전이 될 것”이라고 선포하는 등 쉽게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카다피 리비아군 대변인은 이날 “오늘밤 9시(현지시간)부터 즉각적인 휴전을 준수하도록 모든 부대에 명령을 하달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정전 선언은 말이 아닌 행동으로 판단하겠다”며 이를 일축했다. 톰 도닐런 백악관 국가안보담당 보좌관도 “카다피의 정전 선언은 사실이 아니거나 곧 깨질 것”이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서방 국가들은 이 같은 정전 선언은 노회한 카다피가 시간을 벌기 위해 또다시 술수를 부리는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다국적군의 공습이 벌어지자 카다피는 국영TV와의 전화인터뷰에서 “벵가지 공격을 멈추지 않겠다”며 “모든 리비아인들에게 무기를 나눠줄 것”이라고 선언했다. 카다피는 관저 주변에 시민들을 배치해 인간방패로도 활용하고 있다.
특히 카다피는 다국적군의 공습으로 여성, 어린이, 성직자를 포함, 64명이 죽었다고 주장하는 등 국제사회의 여론을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돌리기 위한 작전도 펴고 있다. CNN은 카다피가 공습 과정에서 죽은 시민들의 사체를 수습해 이를 공개했다고 전했다. 카다피는 또 서방 지도자들을 ‘신나치주의(Neo-Nazi)’로 부르고, 이번 공습을 십자군 전쟁에 비유하기도 했다.
카다피의 차남인 사이프 알 이슬람은 이날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카다피가 퇴진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미국과 다른 서방 국가들은 테러리스트들과 무장한 민병대원을 돕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카다피가 다시 벵가지를 공격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벵가지의 반군 대변인인 무스타파 게리아니는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카다피군이 벵가지 남부 30㎞ 떨어진 지점까지 와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FT는 카다피의 완강한 발언에도 불구하고 리비아 정부 내에서 냉정한 판단을 내리는 이들은 서방에 보다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서 19일 무사 쿠사 리비아 외무장관은 유엔 측에 리비아 정부의 휴전 이행 여부를 감시할 요원을 파견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신수정 기자/ssj@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