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福島) 원자력발전소 운영사인 도쿄전력이 사고 초기 원자로 손상을 우려해 해수 투입을 주저해 사고를 키운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도쿄전력 간부들이 대지진이 발생하면 원전이 자동으로 가동 중단되기 때문에 사고수습에 충분한 시간이 있을 것으로 착각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사용후 핵연료 저장조의 온도가 상승해 방사선을 방출할 수 있다는 점도 간과했을 것이라고 봤다.
NYT는 특히 도쿄전력 측이 원자로를 식히기 위해 해수 투입을 결정하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을 낭비한 것 아니냐는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일본 정부에서 원자력 정책기획을 담당했던 구니 요고는 도쿄전력 간부들이 사고 위험성을 충분히 인식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도쿄전력 측은 사고가 난 11일 원자로를 냉각시키는 데 실패했고 다음날 수소폭발이 일어난 뒤에도 원자로에 바닷물을 퍼붓기로 결정하는 데 4시간이나 걸렸다. 또 그는 사용후 핵연료 저장조에는 며칠이 지난 뒤에도 물을 채울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사고 원전과 유사한 펜실베이니아 제너럴일렉트릭(GM) 설계 원자로의 운용책임자였던 마이클 프라이드랜더는 일본 원전 담당자들이 설계사인 GE의 비상행동수칙을 따랐는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이 수칙은 원자로 온도나 압력 등에 따라 다양한 경우를 상정, 지극히 구체적으로 행동요령을 적시하고 있다.
그러나 도쿄전력 측은 아직 당시의 원전 온도나 압력에 관한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프라이드랜더 씨는 “결정이 늦어지면 그에 따른 희생도 커진다”면서 “사고 초기에는 원자로 내 온도나 압력이 낮기 때문에 바닷물을 투입하는 것도 지금보다 훨씬 쉬웠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지현 기자/prodig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