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쿠시마 제1 원자력발전소 사태로 인근 마을의 수돗물에서 방사성 물질이 평소보다 3배 높게 배출되면서 식품과 식수로 번지는 방사능 오염에 대한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일본 정부는 수돗물 음용을 자제시키고 급수차를 급파하는 등 관련 조치를 취했지만 기본적으로는 “방사성 물질이 미량으로 인체에 지장이 없다”는 입장을 보여 국민의 불안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수돗물서 방사성 요오드 기준치 3배=일본 후생노동성은 20일 후쿠시마 원전에서 북서쪽으로 30㎞ 떨어진 이타데(飯館)촌의 수돗물에서 방사성 요오드가 기준치의 3배 이상이나 검출됐다며 음용 자제 권고령을 내렸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후생노동성 마쓰다 다카유키 대변인은 이타데 촌의 간이수돗물에서 ㎏당 965베크렐의 요오드가 검출됐다고 밝혔다. 이타데 촌 수돗물의 요오드 수치는 일본원자력안전위원회가 정한 섭취 제한량인 ㎏당 300베크렐보다 3배 이상 많은 양이다. 이 마을에는 원래 주민 6000명 중 피난민을 제외하고 현재 4000명이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정부는 21일 새벽 이타데 촌에 급수차와 생수 페트병 10t을 급파했다. 아침식사에 지장이 없도록 최대한의 조치를 취한다는 방침이다.
마쓰다 대변인은 이타데 촌의 방사능 수치에 대해 “이 정도 수치의 수돗물을 일시적으로 먹어도 건강에 당장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다. 흉부 X-레이를 찍을 때 노출되는 방사선과 비교해 26분의 1에 지나지 않으며, 대체 식수가 없으면 마셔도 별다른 지장을 초래하지 않는다. 손을 씻거나 목욕물 등으로 사용하는 것은 괜찮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방사능 공포가 먹을거리로 확산되면서 일본 국민의 불안감을 더욱 커져가고 있다. 앞서 도쿄를 비롯한 일부 지역의 수돗물과 시금치ㆍ우유ㆍ쑥갓 등에서 미량이나마 방사성 물질이 검출됐다.
원전 인근 지역의 우유 가공공장에서는 기준치의 3~5배에 달하는 방사성 요오드가 검출됐고, 이웃 현인 이바라키에서 재배된 시금치에서는 기준치보다 27배나 많은 방사성 물질이 검출됐다.
▶정부 농산물 출하규제ㆍ배상 검토=에다노 유키오 관방장관은 20일 밤 기자회견에서 방사성 식품 우려와 관련해 “건강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생각되지 않는다”면서 “일부 지역의 농산물 출하 규제 방안을 검토해 21일 최종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후생노동생에 따르면 지자체가 농산물 검사를 다 할 수 없는 경우 수입품 검사기기를 갖춘 나리타 공항 검역소와 코베 검역소에서도 검사를 실시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호소카와 리쓰오 후생노동성 장관은 식품안전위원회에 방사성 물질이 검출된 식품의 영향을 평가하도록 요청했다.
한편, 정부는 원전 인근 주민의 생활 재건을 위해 원자력피해보상법 예외 규정을 첫 적용할 방침이다.
21일 산케이신문은 “원자력 피해보상법은 핵연료 가공시설에서 일어난 사고에 대해 원자력 사업자에 배상 책임이 있다고 명시돼 있지만, 이번 사태의 경우 천재지변이라는 예외 조항을 적용해 국가가 배상하는 방향으로 검토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원전사태 피해자의 손해를 국가가 보상할 경우 실내 대피령이 내려졌던 인근 주민 22만명 외에도 영업에 지장을 입은 농가 등을 포함해 1조엔이 넘는 정부 차원의 배상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천예선 기자/cheo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