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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돌아온 그녀, 신정아...왜 독화살을 쐈을까


신정아(39)가 돌아왔다. 학력위조와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의 연인관계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신 씨는 22일 4년만에 자신의 수인번호를 딴 ’4001’이란 책을 세상에 내놓으며, "오늘은 4001번과 헤어지는 날이다. 누구에 대한 원망이나 섭섭함 을 다 쓸어내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목소리는 단단했고 여유가 넘쳤다. 그간 간간히 매체를 통해 보였던, 시선을 피하고 주저하던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지난 날을 반성하는 마음에서 썼다는 에세이 ’4001’은 가벼운 소회를 넘어 작심하고 쓴 폭로전으로 일관하면서 파장이 만만치 않다. 정운찬 전 총리는 ‘도덕심 제로’의 파렴치한이 돼버렸고, 이니셜로 처리된 전(前) 유력일간지 기자는 성추행범으로 표현되며 명예훼손 얘기가 나오고 있다. 작고한 노무현 대통령과, 박성용 금호그룹 회장 등의 ’신정아 사랑’에 이르면, 노 대통령의 말대로 "소설같다"는 느낌마저 든다.

‘4001’의 독(毒)화살이 정확히 어디를 겨냥한 건지는 모호하지만 정운찬 전 총리에겐 치명타다. 세간의 청렴한 이미지와 달리, 밤 늦은 시간에 수시로 호텔 바로 불러내 추근댔다는 신 씨의 주장에 정 전 총리측은 "일고의 가치도 없는 얘기"라며 일축하고 나섰지만 가뜩이나 초과이익공유제로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그로선 입지가 난처해졌다.

신씨는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에 대해서도 노골적인 얘기를 디테일하게 전개하는 등 ’신(申)의 남자’들을 하나하나 꿰어나가며 희롱한다. 반면 사건의 본질인 학력위조에 대해서는 여전히 자신의 입장을 고수하며 학위를 딴 것 맞다는 일관된 주장이다. 2달 후 동국대, 예일대간 법정소송이 마무리되면 모든 게 드러날 것이다는 여운도 남겼다. 
신정아씨가 22일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다시 시작하고 싶다”며 책으로 신고식을 치른 신씨의 유명인 물귀신 작전은 일단 성공한 것처럼 보인다. 책은 22일 오후 서점에서 판매가 개시되자마자 불티나게 팔려나가고 있다. 온라인 서점에선 오픈 1시간 만에 수백건의 주문이 몰리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신정아 그 후’를 바라보는 독자들은 아연하다.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당사자로서 자숙하는 모습이 전혀 없다”“석,박사 등의 학위를 남이 따주는 걸 당연시하는 데엔 할 말을 잃게 만든다”는 반응이다.

‘황당자서전’이냐 진실게임이냐의 잡음은 책의 입장에서 보면 효과백배다. 그러나 이런 책들의 운명은 허망하다. 오직 통하는 건 당사자의 진정성이다. 자신의 과오를 뉘우치고 지속적인 행동으로 보여줄 때, 죄를 넘어 사람들은 마음으로 그에게 다가간다. 그런 사례 역시 우리 주위에 얼마든지 있다. 선택은 신정아의 몫이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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