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공약사항이었던 ‘동남권 신공항’이 백지화로 방향을 잡아가면서 정치권이 격랑에 빠져드는 등 이 문제가 정국의 핵심뇌관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부산과 경남을 중심으로한 여권은 이런 움직임에 강력 반발하고 있고, 민주당은 세종시 과학벨트에 이어 대통령이 공약을 너무 자주 버리고 있다고 공세를 펼쳤다.
정치권에선 특히 여당의 지지기반인 영남권 주민의 불만이 현 정부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면서 이명박 정부의 레임덕을 가속화할 가능성도 있다며 그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동안 정부와 지역 간 첨예한 갈등을 빚은 점으로 미뤄 4ㆍ27 재보선을 비롯,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도 여권에 상당한 악영향이 예상된다.
신공항 백지화 가능성을 경계하며 밀양 유치를 지지해왔던 대구ㆍ울산ㆍ경남북 의원들은 28일 긴급 회동을 갖고 향후 대책을 논의하는 등 긴박하게 움직였다.
조해진 의원(경남 밀양ㆍ창녕)은 회의에 앞서 “정부가 정치논리 때문에 (밀양이든 가덕도든 신공항 건설을) 안하는 걸로 결론이 나도, 주민들은 포기할 수 없다”며 “(정부 발표로) 상황이 종결되는 게 아니라 새로운 (신공항 건설) 추진 운동이 시작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밀양 주민의 반발이 문제가 아니라 영남권 전체의 주민 여론이 문제”라며 사태의 심각성을 경고했다. 김해공항 확장론에 대해서도“타당성 조사도 안했다"며 "수치 조작하는 것밖에 더 되나”라고 반발했다.
유승민 의원(대구 동구을)은 청와대를 직접 겨냥했다. 유 의원은 “대통령이 공약을 이렇게 할 수 있느냐”며 “아직까지 백지화를 기정사실화 할 수 없고, (최종) 발표되면 입장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청와대에 부산 인사들이 있어서 장난을 치는 것 같다”며 격앙된 목소리도 권력 핵심부를 성토했다.
대구 의원들은 이날 시나리오별 입장을 정리한 뒤 30일 정부의 입지선정 결과 발표 직후 최종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경북 의원들도 29일 모임을 갖는다.
내년 총선을 앞둔 가운데 영남권 일부 의원 사이에서 “현 정부와 같이 가지 못하겠다”는 의견도 나오면서, TK(대구ㆍ경북) 민심은 민란을 방불케 했다. 영남권에서 ‘한나라당 공천=당선’ 등식이 깨질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엄습하고 있다.
부산 의원들도 격앙되긴 마찬가지다. 박민식 의원(부산 북구ㆍ강서구갑)은 “‘사실상 백지화 가닥’ 식으로 나오는데, 여론의 정지작업 비슷하게, 충격파를 완화하기 위해 하는 그런 행태가 아닌가라는 느낌이 든다”며 “재판 전 보이지 않는 손이 개입하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부산 의원들 사이에선 김해공항 확장이란 타협론이 있어, 다른 지역 의원들보다 반발이 덜한 편이다.
민주당은 이를 현 정부의 공약 파기 사례로 보고, 공세를 퍼붓고 있다.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에서 “대통령이 2007년 대선 공약을 너무 자주 헌신짝처럼 버리고 있는데, 세종시 문제와 같은 실수를 반복하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명박 대통령은 진짜 국민이 믿을 수 있도록 동남권 공항과 대학생 반값등록금 문제에 대한 확실한 입장을 밝혀줄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심형준ㆍ서경원 기자 @cerju2> cerju@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