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지난 22일 청와대에 장문의 사직서를 보냈다며 그쪽에서 리스펀스(반응)을 보여야 한다는 결기를 내비치던 정 위원장이 28일 “초심을 잃지않고 할 일을 하겠다”며 사의를 거둬들였다. 한마디로 전격적인 U턴이다. 그 이유가 뭘까.
▶정운찬, 전격 복귀선언...왜?
그는 이날 동반성장위 전체회의에서 “동반성장에 대한 대통령의 확고한 의지를 다시 확인했고, 국민의 지지와 성원을 접했다”고 그 배경을 밝혔다. 그러면서 “저를 둘러싼 거취 논란이 있었지만 동반성장이 본궤도에 들어가기 위한 진통이었다고 생각한다”고 자평했다.
다시 말해 대통령의 지원사격과 국민의 응원에 힘입어 사의를 접고 다시 일을 해나가는 것으로 거취를 정리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들 두 가지만으로는 그의 U턴 결심을 충분하게 설명해 주지 못하는 구석이 있다.
먼저 대통령의 지원사격은 그가 지난 19일 일부 언론을 통해 사퇴 의향을 흘린 직후부터 확인됐던 것이기때문이다.
‘문제제기 방식은 부적절한 면이 있었지만, 정 위원장에 대한 대통령의 신뢰는 여전하다’는 청와대 메시지가 그의 사의 검토 표명 직후부터 줄곧 있었던 게 사실이다.
또 국민의 응원 유무, 또는 성원 정도의 차이 역시 동반성장 정책에 대한 것이지, 그의 사의 표명과는 거의 무관한 근거라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오히려 일부에서는 신정아 씨가 지난 22일 자전 에세이에서 정 위원장과의 비화를 쓴 뒤로 형성되고 있는 시중 여론이 그의 거취 판단을 가른 주요 요인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책에 실린 내용이 사실이든, 아니든 정 위원장에 대한 여론은 싸늘하게 바뀌었고, 여권의 분위기도 냉랭해진 것이 사실이다.
청와대 기류도 ‘신정아 파문’ 이전에는 그의 ‘붙들기’에 기울어져 있었다면, 이후에는 그와 ‘거리두기’로 바뀌었다.
사정이 이렇게 돌아가다보니 위원장직을 그만두면 불명예스럽게 퇴진하게 되는 꼴이 되므로 직을 유지하면서 일을 계속 해나가는 것이 낫겠다는 판단을 했을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이런 상황을 반영하듯 동반성장위로서도 그의 복귀는 양날의 칼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그의 사퇴 논란으로 지속됐던 조직의 불안을 털고 안정을 되찾으면서 동반성장 과제를 다뤄나갈 수 있다는 기대가 한 날이다.
하지만 그가 들고 나온 초과이익공유제에 대한 재계의 격한 반발이 여전하고, 그것을 포함한 동반성장 정책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적잖은 응원과 청와대의 지지도 ‘신정아 파문’ 이전과 이후는 현저하게 다를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기때문이다.
이날 전격 복귀를 선언한 그가 종전처럼 전직 총리로서의 무게감으로 민간 주도의 이 위원회에서 리더십을 관철하며 동반성장 정책과제를 제대로 다뤄나갈 수 있을지 주목되는 이유다.
▶산적한 동반성장과제...주안점은?
동반성장위는 앞으로 두 가지 과제에 집중하게 된다. 동반성장지수(인덱스) 평점 발표와 중소기업 적합업종 선정이 그것이다.
먼저 동반성장위는 동반성장지수 평점과 관련해 지난 달 대기업 56곳을 그 평가 대상으로 선정해 발표했다.
이르면 내년 2월 처음 발표되는 인덱스 평점은 연간 한차례 있는 공정거래위원회의 대기업별 동반성장 이행실적 평가(정량)에, 두차례 동반성장위가 주도하는 1,2차 협력 중소업체의 대기업별 체감도평가(정성)가 보태져 산출된다.
동반성장위는 향후 지식경제부와 물밑 조율을 통해 평점 결과 발표 방법를 결정하게 될 것으로 보이는데, 업계는 이에 주목하고 있다. 업종 구분없이 56개 기업을 점수대로 줄세울 경우, 그 파장이 간단하지 않을 것이기때문이다.
이에 따라 재계의 반발 등을 감안해 업종별로 등급을 발표하는 방안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검토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지경부와 동반성장위는 발표 직전까지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한 채 발표 방법의 최종 확정을 미루면서 업계의 동반성장정책 가속을 유도할 방침이다.
또 다른 주요 과제는 대기업의 시장진출을 막기 위한 중소기업 적합업종 선정이다.
동반성장위는 올 상반기 안에 ‘사회적 합의’로서 중소기업 적합업종을 선정한 뒤 대기업의 적합업종 준수 여부도 인덱스 평점에 반영할 방침이다. 동반성장위는 이와 함께 동반성장이라는 큰 틀에서, 정 위원장이 주장하는 초과이익공유제의 취지를 살리는 방안도 집중 검토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정 위원장은 “아무리 어려운 일이 있더라도 동반성장을 실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논란에도 불구하고 초과이익공유제를 밀어붙일 뜻임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초과이익공유제’ 논란에 대해서는 “초과이익공유제를 내놓았을 때 국민은 성원을 보냈지만, 재계 일부에서는 따가운 시선을 보냈는데, 어느 정도 예상했던 것”이라며 “다만, 정부 부처의 비판적인 시각이 나온데 대해서는 아연실색했다”고 말해 필요하면 정부와도 맞설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헤럴드 생생뉴스/onlinenew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