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우 사회부 전국팀장
‘국방개혁 307계획’을 둘러싸고 청와대와 국방부, 예비역 간의 갈등 기류가 예사롭지 않다.
재향군인회ㆍ성우회 회원인 예비역 장성은 40여명은 얼마전 김관진 국방장관이 초청한 국방정책 설명회 자리에서 합참의장에게 군령권(전투지휘권)과 각군 사령관에 대한 일부 군정권(일반 지휘권)까지 과도한 권한을 집중시키는 것은 문민통제에 위배되는 잘못된 방향이라며 불만을 표출했다. 또 2012년은 안보상으로 가장 취약한 시기이고, 2015년 전시작통권 이양준비에 혼신의 힘을 다해야하는데 군의 근본인 군제를 바꿀 때가 아니라고 했다.
청와대는 이에 대해 개혁을 가로막는 ‘자군 이기주의’의 발로일 뿐이라며 강경 대응방침을 천명했다. 육군은 별자리가 줄어드는 것을, 해ㆍ공군은 육군에 더 휘둘릴 것을 우려하는 등 각군 내부의 반대세력들이 예비역을 내세워 개혁을 좌초시키려고 하고 있다는 게 청와대의 인식이다. 이에 개혁을 반대하는 군인은 항명으로 간주, 즉각 인사조치할 것이라는 최후통첩까지 했다.
이 같은 갈등을 바라보는 국민들은 불안하고 착잡하다. 세계적으로 보기드문 호전적인 적을 상대해야 하는 나라에서, 그것도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포격 도발이 얼마나 지났다고, 벌써 내부에서 적전분열로 치달으며 거친 불협화음을 내는 꼴이 아닌가. 무엇보다도 국가안보에 직결되는 사안을 두고 군 통수권자와 군이 대립하는 모습을 외부에 그대로 노출한 것은 심각한 문제다. 이는 군 안팎의 충분한 논의와 의견수렴없이 부작용과 후유증을 간과한 채 군 경험도 없는 청와대 참모진의 뜻대로 일사천리식으로 강행한 국방부의 책임이 크다.
국방부는 국방개혁 기본계획안을 마련해 상반기까지 서둘러 법제화함으로써 볼썽사나운 갈등을 봉합하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2030년까지 장기계획을 입안하는 마당에 미봉은 능사가 아니다. 군권 집중이 군에 대한 문민통제력을 약화시킬 것이라는 주장이 있는가하면, 각 군 총장이 작전지휘권을 보유하게 됨으로써 오히려 합참의장의 작전지휘 권한이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307계획’에 합동성 강화의 핵심인 3군 전력과 의사결정구조의 균형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다. 과연 이번 개혁이 3군 불균형 구조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인지, 합참의장에게 과도하게 집중된 권한과 책임을 분산하는 방안은 없는지, 육군에 편중된 합참의 해ㆍ공군 비율을 높이는 방안 등은 제도만의 문제가 아니므로 더 많은 고민과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군정권과 군령권의 분리는 1988년 노태우 전 대통령 정부 때 이뤄진 ‘818 군 개혁’의 결과물이었다. 당시에는 쿠데타를 부를 지도 모를 ‘거대 군’을 막기 위한 시대적 요청이 있었다. 이제는 시대가 달라졌다. 따라서 합참 개편 반대론자들은 혹 ‘자군 이기주의’ 차원에서 반대한 것은 아니었는지 자문해보길 바란다. 또 찬성론자들 역시 오랜 세월 군문에 몸담은 장성들의 경륜에서 나온 의견을 존중하지 않고 너무 효율성만 우선하지 않았는지 되짚어봐야 할 것이다. 군의 존재 이유는 효율성만으로 재단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어차피 군 지휘구조를 바꾸려면 국군조직법이 개정돼야 하고 국회의 협조가 필수적인데 공감대도 없이 정권 임기말에 무조건 밀어붙인다고 될 일도 아니다. 오히려 소모적인 논란과 국론 분열로 군을 뒤흔들 뿐이다. 307계획의 핵심은 군정 중심의 행정군대를 작전 중심의 전투형 군대로 바꾸는 것이다. 논란이 되고 있는 합참 개편은 이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충분한 논의와 의견수렴을 거쳐 최선의 개선안이 나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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