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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웨딩플래너 '3인방'이 들려주는 결혼의 의미, 최근 트렌드?
하객이 된다는 것조차 어색하고 신기했다. 고등학교 졸업 후 3년쯤 됐을까. “나, 시집가” 하며 제일 먼저 스타트를 끊었던 친구. 그녀는 벌써 두 아이의 엄마이고, 큰 애는 올해 초등학교에 들어갔다는데. 최근 1~2년이 피크였다. 주변 친구들 중 3분의 2가 유부녀로 ‘신분상승’(그녀들의 말에 따르면)을 하셨다. 이쯤 되면 하루가 멀다 않고 들려오는 ‘좋은 소식’과 청첩장 러시에도 덤덤한 경지에 이른다. 뜸했던 친구들로부터 “요즘 어때?”란 문자만 와도 필(Feel)이 온다. 이르면 3개월, 늦어도 6개월이다. 그닥 친하지도 않았지만, 안 가기도 뭣한 그녀들의 결혼식에 또 하객이 될 마음의 준비를 한다. “아, 정말 음식 별로다” “축가 너무 못 부르지 않니?” “신랑, 뭐하는 사람이래?” “신혼집은?” “이 예식장 비싸 보인다, 그치?” 평균 30분. 무감동 결혼식을 보며 아직 건재(?)한 솔로들은 이야기 꽃을 피운다. 대망의 ‘그날’이 오면 이런 뒷이야기 속에서 조금 더 아름답고 싶은 기대와 함께. 그런 예비신부들의 기대를 모아, 최선의 선택을 도와주는 이들이 있다. 솔로에겐 야속하기까지 한 어느 좋은 봄날. 미모의 웨딩플래너 셋을 만났다. 언제가 될지 모르는 ‘그날’을 준비하는 한 여자의 심정으로. 

-싱숭생숭해지는 계절이다. 여자들은 봄을 탄다는데, 웨딩플래너들에게 봄은 어떤 느낌일까.

▶(김신덕, 이하 ‘신’) 본격적인 시즌이라 매우 바쁘죠. 사실 봄기운을 못 느껴요. 지난 가을부터 준비하신 분들은 실제 식을 치르는 때라 토, 일요일도 없고… 또 가을에 결혼을 하려는 커플들의 상담이 몰려서 1년 중 가장 바쁜 계절이니까요.

(김효진, 이하 ‘효’) 4, 5, 6월엔 그동안 6개월 동안 함께 했던 예비신랑, 신부들을 떠나보내게 되니까 서운하고 후련하고… 플래너들에겐 여러 가지 감정이 교차하는 게 봄인 것 같아요.

-신랑보다는 신부들이 결혼 준비를 주도해 나가는 편인데, 신부들과 자주 보다보면 정이 많이 드나.

▶(신) 보통 6, 7개월 전부터 준비하기 때문에 정이 많이 들어요. 6개월간 거의 매일같이 이메일이 오가고, 전화통화도 자주하고… 친구들보다 더 자주 보는 사람이 예비신부들이죠. 신부들을 보낼 때면 엄마라도 된 양 눈물이 찔끔 나곤 해요.(웃음)

-웨딩플래너들은 대부분이 여자다. 신부랑 자주 봐야 하고, 아무래도 여자 심리를 더 잘 알기 때문인가.

▶(정은혜 이하 ‘정’) 결혼을 앞둔 여자의 심리는 정말 복잡하다잖아요. 대응하기에 남자들보다는 여자가 더 적합한 것 같아요. 대부분 신부들이 처음 상담 땐 호기심에 들떠 있는 편이에요. 그 정점은 드레스 투어고…. 드레스 입어보면서 즐거워하지 않는 사람은 못 봤어요. 그러다가 예물ㆍ한복 등 양가 합의가 필요하고 금전적인 이야기가 오가면 극도로 예민해져요. 신부들이 다시 안정을 찾는 때는 웨딩촬영이 끝나고 난 후예요. 신혼집 꾸미기가 시작되면 다시 들뜨고… 그러다 식이 가까워지면 신랑들 술자리가 많아지는데 이때가 또 고비예요. 그러다 마지막 심리변화는 결혼 일주일 전. 통화해보면 다들 ‘안 떨려요’ 하면서 엄청 떨죠.(웃음) 또 엄마 생각도 많이 하고….

-결혼 준비 중에 헤어지는 커플들이 있다는데 실제로 보는지.

▶(신) 돈과 가족 문제가 얽히면서 파혼을 하는 경우를 종종 봐요. 또 요즘엔 파혼까진 아닌데 전셋값이 오르다보니까 경제적인 이유로 미뤄지는 경우도 꽤 많아요.

(효) 지금 제가 결혼 준비 중이거든요. 정말 예상치 못한 부분이 발생하더라고요. ‘난 안 싸울거야’ 했었는데…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고 웨딩플래너들이 대부분 결혼이 아주 늦는 편이에요.

(정) 아무래도 신중해질 수밖에 없는 거죠. 커플분들 손 꼭 잡은 모습 보면 ‘아, 참 좋다’ 싶다가도 가끔 파혼하는 경우를 보면 무서워져요. 그래서 내가 아직 연애를 못하나?(웃음)

-플래너로서 가장 힘든 고객은.

▶(효) 엄청 깐깐한 신랑을 만날 때!(웃음) 신부보다 얄미워요. 패키지 속 개별 단가를 공개해달라고 하시는데 그건 협력업체와의 약속이라 할 수 없거든요. 또 가끔 “플래너 재량으로 깎아달라”고 하시는데 아무리 정찰제라고 말씀 드려도 막무가내이니…. 결국 난 재량도 능력도 없는 플래너로 찍히고 컴플레인 들어오고….(웃음)

(정) 깐깐한 신랑, 절대 공감해요. 특히 말끝마다 “이거 꼭 필요해요?”라는 질문 정말 곤란합니다.

(신) 신부들은 드레스별로 금액이 40만~50만원 정도 차이 나는 걸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지만 남자분들은 그게 너무 이상하다는 거예요. “이유가 뭐냐, 소재가 다르냐” 자꾸 캐물으시니 힘들어요.

-김효진 팀장은 경력 7년이다. 그동안 확실하게 바뀐 경향이 있다면.

▶(효) 세 가지 정도 확실히 바뀐 것 같은데 수입드레스 보편화, 평일 결혼식 증가, 하우스웨딩 유행 등을 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몇 년 전만해도 연예인들이나 입던 수입 드레스가 꽤 보편화 됐죠. 물론 연예인들처럼 직접 사거나 하는 경우는 드물지만…. 그래도 한 번 빌려 입는데 500만~600만원 선인데 굉장한 거죠. 또 최근엔 금요일 저녁 결혼식이 인기가 높아요. 토요일과 가격도 똑같이 비싸졌어요. 사실 쉬는 날 결혼식 참석도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 하객들이 여유있게 술도 마시고 즐기고 다음날 쉴 수 있게 한다는 측면에서 많이 선호해요.

(정) 맞아요. 저도 몇 번 진행해봤는데 하객수가 적은 외국인이나 교포 같은 경우는 평일 낮에도 종종 해요. 그런 경우 레스토랑 등에서 소규모로 하는 하우스웨딩을 추천해 드리는데 반응이 좋아요.

(신) 최근 미군 신랑과 한국인 신부의 하우스웨딩을 진행했는데. 주례 없이 친구들이 축하의 말을 전하고 디제이를 섭외해 신나게 춤추고 놀며 6시간을 보냈어요. 너무 즐거웠어요.

-결혼과 관련해 최근에 가장 유행하고 있는걸 하나씩 꼽자면.

▶(정) 깨끗한 웨딩드레스의 선호? 내가 만나본 신부들은 모두 단아하고 청순하고 심플한 스타일을 원하더라고요. 물론 고소영 씨 결혼식 때는 잠시 화려한 게 유행했지만… 전체적으로는 심플함이 대세인 듯.

(효) 하지만 그러면서도 한 군데 포인트는 있어야 해요. 원숄더라든가 하단에 꽃을 달거나… 대기실에선 코사지를 했다가 본식에서는 떼고 들어가기도 해요. 최근 허이재 씨가 입은 원숄더가 반응이 좋던데… 단아하면서도 포인트가 있고 또 섹시하고…. 한마디로 드레스 하나에 모든 것을 담아야 해요.(웃음)

(정) 긴 머리만 고수하지도 않죠. 강혜정 타블로 커플 때처럼 티아라 대신 단발머리에 큰 꽃을 다는 것도 인기죠. 최근엔 이하정 아나운서도 그랬고.

(신) 아, 신랑이 신부 웨딩슈즈를 사주고, 신부는 신랑 나비넥타이를 선물하는 경우도 많아요. 연예인처럼 드레스를 구매해 간직할 수는 없어도 이 정도는 기념으로 아예 사는 것 같아요.

(효) 웨딩카는 이제 큰 의미가 없는 듯해요. 리무진이나 고급차를 타고 티내는 게 ‘남우세스럽다’고 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게다가 요즘엔 호텔에서 하루를 묵고 허니문을 떠나기 때문에 크게 필요치도 않고요. 오히려 가족들을 다 태울 수 있는 밴을 빌리시는 분들이 늘었죠.

-아무래도 웨딩플래너가 직접 본인 결혼식을 플래닝하면 유리할 것 같다.

▶(효) 그게… 막상 생각처럼 그렇게 되질 않네요.(웃음) 부모님들 의견도 중요하니까요. 하지만 준비하면서 ‘아, 신부들이 이런 기분을 느끼겠구나’ 하는 걸 얻은 게 큰 소득이에요. 예식장에 가서 웨딩플래너라고 밝히고 조율을 하는데도 전혀 혜택이 없어서 속상해요.(웃음)

(신) 오히려 플래너라서 더 힘든 것 같아요. 같은 업계에 있는 분들한테 폐를 끼치고 싶은 마음도 없고…. 예를 들어 웨딩드레스도 너무 많이 입어본다거나 하는 일반적인 신부들의 행동을 되레 하지 못하게 되는 거죠.

-얼마면 결혼할 수 있나. 일반인들 웨딩패키지 평균가격을 공개해달라.

▶(정) 워낙 고객층이 다양해서 딱 잘라 말할 수는 없지만 일반적으로 보통 300만원 안팎? 넓게 보면 200만원대 초반에서 500만원대까지. 프로모션 기간에 오면 더 싸게도 가능해요. 결혼비용 아끼고 싶으면 남자도 때를 잘 맞춰 만나야겠죠?(웃음)

-결혼식에 얽힌 미신엔 뭐가 있나.

▶(신) 티아라 높은 거 쓰면 남편 승진하는 등 잘 풀린다는 것. 높으면 높을수록 좋다고들 해요.

(효) 결혼 날짜 잡은 후엔 다른 결혼식에 가지 않는 것. 남의 결혼식에 가서 자기 복을 다 주고 온대요.

(신) 드레스 입을 때 컬러가 살짝 들어간 경우도 있는데, 그것도 재혼의 의미라고 해서 꺼리는 분들도 있어요.



박동미 기자/pd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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