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태가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아시아에서 일본 음식에 대한 기피 현상이 심각해지고 있다.
5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방사성 물질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면서 아시아 각국의 일식 레스토랑에 손님들의 발길이 끊기고 있다.
홍콩음식협회 황자허(黄家和) 회장에 따르면, 동일본 지진 발생 후 약 600점에 달하는 홍콩내 일본 식당의 매출이 평균 20% 감소했다.
일본식 선술집인 이자카야의 한 직원은 “이 상황에 굳이 일본음식을 먹을 필요가 있느냐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며 “손님이 평상시의 3분의 2정도에 그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일본음식 기피현상이 처음부터 심각했던 것은 아니다. 동일본 대지진 발생 직후 일본 식자재 판매량은 오히려 늘었다.
일본 식품의 수입규모가 세계 1위인 홍콩에서는 대지진 이후 유아용 분유부터 신선식품까지 일본산 식품이 평상시보다 두배 이상 팔렸다. 뿐만 아니라 일본쌀을 좋아하는 홍콩인들 사이에서는 일시적으로 쌀 구입량이 증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원전사태가 방사능 확산으로 치달으며 수돗물, 농산물, 해산물 등에서 오염 물질이 검출되자 홍콩 시민들은 일본 음식ㆍ식자재에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동남아시아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싱가포르에서 일식 레스토랑 40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는 RE&S엔터프라이스는 “일본산 생선과 채소는 방사능 오염 우려가 없는 오사카 등 서일본 지역에서 수입되고 있지만 손님들이 찾지 않아 매출이 전년동기 대비 20% 줄었다”고 울상을 지었다.
신문은 “지난해 일본이 수출한 농수산물 가운데 아시아가 차지하는 비중은 73.6%에 달했다”면서 이같은 현상이 지속되면 국내 농수산물 수출기업도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5일 일본 농림수산성 조사에 따르면 전세계 최소 25개국에서 일본산 농산품과 가공식품 수입을 규제키로 했다. 마이니치신문은 이날 일본에서 생산되는 농산ㆍ가공품 수입 규제 움직임이 애초에는 미국과 유럽, 아시아 국가를 중심으로 나타났지만 지금은 중동과 남미 쪽으로 확산하는 양상이라고 보도했다.
아랍에미레이트(UAE)와 한국, 미국, 중국 등이 일본산 농수산물 수입을 중단했으며 스위스도 이러한 수입 규제에 최근 동참했다.
러시아는 후쿠시마와 이바라키, 도치기 현 등 일부 지역에서 생산되는 식품 수입을 중단했고 필리핀은 일본 특정 지역에서 만들어지는 쿠키와 초콜릿을 수입 정지 대상 품목으로 정했다.
유럽연합(EU)과 브라질 등은 일본산 식품이 방사성 물질에 오염돼 있지 않다는 내용의 증명서를 보내 줄 것을 일본 정부에 요청하기도 했다. 그러나 일본에는 이러한 검사를 할 기구가 부족함에 따라 증명서를 발행할 수 없어 사실상 수출 길이 막힌 상황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천예선 기자 @claire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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