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대통령직을 내놓지 않고 버터온 로랑 그바그보가 벼랑 끝까지 몰리면서 지난해 코트디부아르 대선 당선자인 알라산 와타라가 취임을 눈앞에 두고 있다. 하지만 와타라가 권력을 넘겨받는다고 해도 남북 갈등 해소, 경제 재건 등 난제가 쌓여있어 험난한 앞날이 예상된다.
5일 BBC방송은 그바그보가 물러나도 코트디부아르는 매우 위험한 국면에 직면할 것이라며 특히 와타라군에 대한 각종 의혹이 해소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달 와타라군이 서부 요충지인 두에쿠에를 그바그보측으로부터 빼앗는 과정에서 최대 1000명 넘게 살해했다는 국제단체와 유엔의 증언이 나오기도 했다. 또 와타라는 대선에서 이기고도 프랑스와 유엔의 도움을 받아 그바그보를 몰아내고 집권한 셈이 돼 “프랑스의 앞잡이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적했다. 와타라는 코트디부아르에서 태어났지만 이웃나라인 부르키나파소에서 학창시절 대부분을 보내 반대파로부터 ‘외국인’이라는 공세에 끊임없이 시달려왔다.
이같은 의혹 해소 뿐만 아니라 그바그보를 지지했던 남부 카톨릭 세력과 와타라를 밀었던 북부 이슬람 세력 간 화합도 어려운 숙제다. 지난해 대선 이후 완전히 멈춰버린 경제를 되살려야 하는 부담감도 남아있다. 이와관련 FT는 유럽연합이 와타라에게 권력이 넘어가는 즉시 세계 최대 코코아 생산국인 코트디부아르에 대한 제재를 해제할 것이라고 전했다. 코트디부아르 사태 종식이 가까워짐에 따라 5일 코코아 선물은 2% 이상 떨어진 톤당 2990달러를 기록했다.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난 와타라는 미국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26세에 국제통화기금(IMF)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했다. 1994년 IMF 부총재를 거쳐 1990년 총리로 임명됐다. 지난해 10월 대선에서 그는 승리했지만 그바그보가 권력 이양을 거부해 4개월 간 그바그보측과 대립했다.
마침내 와타라군은 5일 그바그보의 아비장 관저를 포위했으며 그바그보는 관저의 지하벙커로 대피했다. 로이터통신은 그바그보가 항복할 뜻이 있음을 내비치면서 유엔의 보호를 요청했다고 유엔 관리를 인용해 보도했다. 반면 그바그보는 이날 정전협상이 이뤄지고 있을 뿐 자신이 항복할 것이라는 보도를 부인했다.
런던의 자문회사 컨트롤리스크의 코트디부아르 분석가 해나 쾨프는 “그바그보가 그의 출구에 대한 협상을 시도하고 있지만 몇 주전에 비해 그의 협상 위치는 매우 약해진 상태”라고 지적했다.
신수정 기자/ssj@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