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13일 공정거래위와 동반성장 협약을 맺고 5208곳의 협력사를 촘촘이 챙기겠다고 나선 것은 한층 ‘진화된 상생’ 방안의 의미를 지닌다. 지금까지도 사장단이 정기적으로 협력사를 방문하고, 기술이전 등 동반성장을 강화해왔지만 향후 보다 외연을 넓혀 대ㆍ중기 상생으로 치닫겠다는 의중이 읽혀진다. 특히 1, 2차 협력사 외에도 3,4차 협력사까지 ‘상생의 물줄기’를 내려보내 협력사 성장을 그룹 성장의 맥으로 삼겠다는 게 삼성의 입장이다.
삼성이 지난달 현대차그룹에 이어 두번째로 동반성장 협약을 맺음으로써 다른 그룹이나 대기업의 ‘릴레이 협약’이 예고되고 있다.
▶삼성, 5000개사 협력사+하위 그물망 챙긴다=삼성은 1차협력사(3021곳), 2차협력사(2187곳)에 대한 6100억원 자금지원과 특허권사용 허가 확대, 대금지급 횟수 개선 등의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내놨다. 이 상생안에는 삼성 9개 계열사가 참여한다. 지난달 현대자동차그룹이 발표한 6개 계열사 참여, 1585개 협력사에 대한 4200억원 지원 규모보다 더 크다.
삼성 측은 자금지원 규모가 중요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삼성과 협력사, 정부의 3각 공조체제를 통해 협력사들이 글로벌경쟁력을 갖춰 진정한 동반성장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실천력에 더 큰 무게를 두고 있다는 것이다.
삼성이 동반성장 성실 이행 1차 협력사에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계열사별로 동반성장 전담부서를 지정 운영하고, 관련 임원 인사 고과에 동반성장 실적을 반영키로 한 것은 삼성 내부에 ‘상생 중요성’을 뿌리깊이 각인시키고 체질화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현금성 결제 대금지급 횟수를 월2회에서 3회로 늘리고, 삼성 소유 기술 특허를 협력사에 무료 사용을 허용한 것은 업계 전체적으로도 파급 효과가 작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삼성은 1, 2차 협력사간 협약을 유도하고 향후 3,4차 협력사까지 혜택이 돌아가게끔 ‘협력 그물망’을 촘촘히 짬으로서 새 상생모델을 제시했다는 평가다.
이날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이 협약식 행사에서 “대표적 하도급업종을 영위하는 삼성그룹이 협약을 체결한 것이 공정거래 및 동반성장 문화가 산업 전반으로 확산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한 것은 이같은 기대감과 무관치 않다. 김 위원장은 특히 “삼성은 동반성장과 관련해 ‘혁신기술 기업협의회’를 운영하는 등 업계에 모범을 보여왔다”며 “1차 협력사와 2차 협력사 간 협약을 적극 유도한 것은 타 기업이 본받아야 할 사항”이라고 치하했다.
▶재계 릴레이 협약 예고=대표그룹인 삼성이 정부의 동반성장 협약에 동참함으로써 타 그룹 및 주요 기업도 속속 가세할 것으로 보인다. 몇몇 주요그룹은 좀더 업그레이드된 상생안에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에 이어 15일에는 건설 부문 9개사, 18일에는 LG 계열 6개사, 21일(또는 22일)에는 기계ㆍ조선 분야 6개사, 25일(또는 26일)에는 롯데 계열 3개사 등이 협약을 체결할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이날 행사에서는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이 참석해 축사를 했다. 정 위원장은 최근 이건희 삼성 회장과 초과이익공유제를 둘러싸고 간접적인 대립각을 세운바 있어 이날 삼성의 방문은 여러가지로 상징성이 컸다는 분석이다. 이날 협약식에는 삼성에선 김순택 미래전략실장,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 이윤우 삼성전자 부회장, 박종우 삼성전기 사장, 오창석 삼성테크윈 사장 등이 참석했다.
<김영상ㆍ홍승완 기자 @yscafez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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