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의 현대캐피탈 대규모 고객정보 유출 사건, 농협의 전방위적인 전산망 불능 사태의 여파가 기업 및 금융기관의 전산시스템 운영, 보안 관리 등을 담당하는 IT서비스 업계로 번지고 있다.
특히 현대캐피탈의 전산장비 설치와 유지, 보수를 계열사인 현대오토에버가 담당하고, 반대로 농협의 경우엔 외국기업인 IBM이 시스템 관리 및 통제를 맡았던 것으로 전해지면서 IT서비스 업체에 대한 그룹 차원의 일감 몰아주기를 둘러싼 정당성 논란이 거세다.
15일 한국IT서비스산업협회(회장 정철길)에 따르면 직원수 400명 이상의 IT서비스업체 가운데 그룹과 관련이 없는 기업은 대우정보시스템, 쌍용정보통신, 케이씨씨정보통신 등 3곳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나마 대우정보시스템과 쌍용정보통신도 과거 대우그룹과 쌍용그룹 해체 이후에 그룹에서 빠져나왔다.
현대정보기술도 현대그룹에서 떨어져 나왔지만 지난해 12월 롯데그룹에 인수됐다. IT서비스업체 한관계자는 “사실상 30대 그룹은 모두 IT서비스업체를 계열사로 두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전했다.
황이 이렇다 보니 국내 주요 IT서비스업체들은 그룹 관련 매출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 2010년 감사보고서에 의하면 삼성SDS는 삼성전자와 종속기업, 관계기업 관련 매출 비중이 지난해 36.71%<표 참조>를 차지했다.
공시에선 빠졌지만 이를 그룹 전체로 확대하면 매출 비중은 50%에 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LG CNS는 지난 2009년 37.51%였던 그룹 관련 매출이 2010년 38.44%로 증가했다. SK C&C는 더 심각하다. 지난 2009년(66.46%) 대비 비중이 줄긴 했지만 지난해 그룹 관련 매출 비중은 무려 63.75%를 차지했다.
업계 ‘빅3’는 아니지만 최근 논란이 됐던 현대오토에버의 경우엔 현대차그룹 관련 매출 비중이 2009년 82.66%, 2010년 95.34%에 이른다. 게다가 삼성SDS(지분율: 이재용 8.81%, 이부진 4.18%, 이서현 4.18%), SK C&C(최태원 44.5%, 최기원 10.5%) 등 주요 업체엔 오너 일가가 주요주주로 등재돼 있다.
‘일감 몰아주기’ 비판에 IT서비스업계는 사업이 겹치는 경쟁 그룹과 IBM, HP 등 외국기업에 정보가 집중돼 있는 전산망을 넘길 순 없다는 논리로 반박하고 있다.
박상하 IT서비스산업협회 정책팀장은 “전산망에 백도어(비밀 통로)를 설치할 경우 그룹 핵심 정보가 모두 샐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IT서비스업체 A사 관계자도 “관계사 물량을 갖고 편하게 성장해왔다고 비판할 수 있지만 정보 유출에 대한 불안감에 우리 식구들을 가지고 운영할 수 밖에 없다”고 언급했다.
<김대연 기자 @uhe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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