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철 제주항공 사장 직격 인터뷰
“실례합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급히 결제할 것이 들어왔네요.”지난 8일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근처 메이필드호텔에서 만난 김종철 제주항공 사장. 인터뷰 내내 손에서 놓지 않고 있던 태블릿PC를 켜더니 바지 주머니 안에 있던 무선공유기까지 꺼낸다. 결재를 마치는데 걸린 시간은 약 3~4분여 정도.
미국 프린스턴대학교 화학공학 박사, 맥킨지컨설팅 컨설턴트 출신이라는, 항공사 CEO로서는 다소 생소한 이력의 김종철 사장은 자신을 ‘한국 최고의 현장형 CEO’라고 감히(?) 소개한다. 언론과의 단독 인터뷰는 처음인 김 사장에게 올해 본격적인 흑자전환으로 돌아선 제주항공의 미래를 들어봤다.
▶임직원들이 가장 껄끄러워하는 CEO라고 하던데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김포 혹은 인천 공항에서 제주항공 게이트 앞에서 지낸다. 이것 만으로도 현장 직원들에게 ‘최악의 CEO’(?)가 되는지는 모르겠다. 항상 현장에서 고객들과 함께 섞여 있는 CEO다 보니 직원들은 얼마나 신경이 쓰이겠냐마는(웃음) CEO는 상황에 맞게 정확하고 재빠른 판단을 해주는 것이 일의 전부다. 정확도를 위해서는 현장에 있어야하고 속도를 위해서는 장비를 들고 다녀야 하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최근 유가 상승세가 무섭다.
“유가도 비용 중 하나이고 이를 절감하기 위해서는 각종 다른 자원들을 효율적 운용하는 것이 최선이다. 각종 비용을 비용을 분산하고, 외부인 요인에 의한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이점에서는 컨설팅회사에 근무했던 것이 큰 도움이 됐다. 제주항공의 경우 지금 유가 상황이 더 오르지 않고 유지만 되준다면 올해 가격을 더 내릴 수도 있을 것으로 본다.”
▶저가항공에 대한 항공 고객들의 인식이 어떻게 변하고 있나.
“예전에는 정말 싼 맛에 타는 손님들이 전부였다. 하지만 요즘은 젊은 고객들 위주로 고객층이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일단 국내선만 보면 우리 비행기 덕에 서울서 청계산 가는 기분으로 한라산을 다녀오시는 고객도 계시고 서울서 학교다니는 학생이 한번이라도 더 지방의 집에 더 다녀올 수 있게 됐다. 저가항공이 우리사회에 변화를 이끌어 낸 것들은 참 많다.”
▶제주항공의 롤모델이 있다면 어디인가
“거듭 강조하지만 저비용항공사의 모델은 각종 비용을 분산시켜 원가를 낮추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저가항공 CEO들 가운데는 컨설팅사 출신의 CEO들이 많다. 타이거항공이나 호주 콴타스항공의 제트스타나 에어아시아X CEO들은 모두 컨설팅 회사 출신이다. 이들 항공사들은 치밀한 전략과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급성장한 회사들이다.
에어아시아의 경우 말레이시아 정부로부터의 보조금을 받아 한달에 2대씩 총 200대를 최근 구입했다. 대량 구입이다보니 대당 가격을 낮춰서 구입해, 중고 비행기를 사서 정비 비용을 들이는 것과 거의 비슷하게 만든 최고의 전략이었다.”
▶제주항공의 계속되는 흑자행진 가능하다고 보나
“좋은 회사의 징조 중 하나는 갈수록 더 좋은 사람들이 몰려오는 것이다. 대한항공, 아시아나, 에어차이나, 동방항공, 카타르, 에미레이트 등 거의 모든 항공사에서 베테랑급 인력들이 제주항공을 노크한다. 일단 지난해 임금을 7% 이상 올렸다. 아시아나 대한항공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직원들과의 소통을 위해서는 기존 사장실이었던 곳을 라운지로 바꿨고 이익이 나면 이에 대한 결과는 우리가 반드시 나눠가져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한 것이 탄탄한 조직을 만들게 된 것 아닌가 생각한다. 금년에는 백두산만 안터지면 100% 흑자를 확신한다.”
▶제주항공이 단기간에 개선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
“서비스의 개선이다. 우리의 비행기 기종이 5시간이 넘어가면 상당히 힘들어한다. 때문에 엔터테인먼트를 강화하려고 태블릿PC를 준비하고 있고 음식에서도 큰 변화를 고민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은 공항 현장에서 고객들에게 얻은 정보다.”
<윤정식 기자@happys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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