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녀의 벽’이 높은 자동차 업계에서 여성 채용을 놓고 국내 메이커와 외국계 기업이 상반된 행보를 보이고 있다.
현대ㆍ기아차와 최근 인도 마힌드라에 인수된 쌍용차는 여성 직원 비율이 10년 전보다 오히려 줄어든 반면, 외국계인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은 큰 폭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국내 완성차업체들이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사업보고서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차를 합한 전체 직원수는 2000년 7만8880명에서 10년이 지난 작년 8만8698명으로 9818명(12.4%) 늘어났지만, 여성 직원수는 2965명에서 3150명으로 불과 185명(6.2%) 증가하는데 그쳤다. 전체 직원 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도 2000년 3.7%에서 지난해에는 3.5%로 0.2%P 오히려 떨어졌다. 특히, 현대차는 10년간 전체 직원 수는 14.4% 늘어나는데 반해 여성 직원수는 3.9% 증가하는데 그쳤고, 여성 비율도 2000년 4.5%에서 2010년 4.1%로 0.4%포인트 하락했다.
쌍용차는 2000년 전체 직원 5590명 중 여성이 143명으로 2.6%였으나, 10년이 지난 2010년에는 4698명 중 89명으로 여성비는 1.9%로 하락했다.
반면, 외국계 업체들의 여성 비율은 증가세가 뚜렷하다. 미국 GM이 인수해 2002년 GM대우로 출범한 한국지엠은 출범 당시 전체 직원 8200여명 중 여성이 287명으로 3%의 비율로 출발했지만, 현재는 1만7100여명 중 920명으로 여성비가 5.4%로 상승했다. 특히 사무직의 경우 여성 비율이 2002년 7%에서 2011년 14%로 9년 만에 두 배가 됐다. 르노삼성 역시 2000년 말 출범 당시 1.9%에 불과했던 여성비율은 작년 말 7.8%로 수직 상승했다.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의 여성 비율 급등은 이들 회사가 외국계라는 점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많다. 한국지엠은 오래전부터 글로벌 기업에 걸맞은 평등한 조직문화와 여성직원들의 복리후생에 관심을 둔 결과, 여성 직원이 자연스럽게 증가했으며, 르노삼성도 매년 직원 채용에서 여성비를 중시하면서 이런 결과를 가져왔다는 것이다.
현대기아차는 최근 수년간 여성 직원을 많이 뽑고 있지만, 수치상으로는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신입사원 채용 시 여직원 채용 비율을 꾸준히 늘리고 있다”면서 “머지않아 여성근무 인력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충희 기자 @hamlet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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