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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칼럼>스트레스 없이 사는 노르딕?
‘노르딕모델’의 모범이라 할 노르웨이의 기업들은 근로자를 만 67세까지 고용해야 한다. 노사간 단체협약 사항이 아니라 노동관련법이 정년을 규정하고 있다. 근로의사가 없거나 건강상 노동이 어려운 근로자들은 63세부터 현직에서 은퇴해 연금을 받으며 생활할 수 있다. 근로의욕과 능력이 있는 경우 만 80세까지도 정년연장을 해준다. 적어도 우리처럼 사오정이나 오륙도니 하는 등의 조기퇴직에 관한 한 스트레스는 전혀 없는 것이다. 

그러나 이 나라도 문제가 청년실업으로 옮겨 가면 꽉 막힌다. 전체 실업률은 8∼9%선인데 비해 청년실업률은 이의 배에 이른다. 금융위기 이후 청년실업은 세계적인 문제이긴 하나 이 나라 역시 뚜렷한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다. 재직자의 고용기간을 길게 보장하다 보니 청년층이 일자리를 찾지 못해 떠도는 셈이다.

일자리를 지속적으로 늘리려면 기업의 성장이 절대적이다. 그 기업들은 특별한 영역이 아니고서는 전세계의 동종 기업과 경쟁을 해야 한다.

지난 15일(현지시간) 성장과 고용 면에서 노르웨이의 모범기업이라 할 ‘에코르네스’라는 한 가구회사를 찾았다. 이 회사는 ‘스트레스리스’라는 소파제품을 생산해 세계 리클라인 의자 시장을 주도할 정도다. 정년은 67세로, 60세 이상 고령자 비중이 40%를 넘는다. 우리나라의 50대 중반 정년에 대해 이 회사 고위 관계자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 회사도 지속적인 신규 고용에 관해서는 별 자신이 없는 편이다. 최근 10년간 연평균 성장률이 5%에 이르지만 고용성장률은 이를 훨씬 미치지 못한다. 부가가치가 아무리 높은 제품을 생산한다 하더라도 자동화 투자를 늘리는 등 원가절감을 통한 경쟁력 확보라는 기업의 지상명제를 비껴가지 못하는 것이다.

또 한 가지. 대를 이어 고품질의 제품을 만드는 장인정신은 넘쳐나는 반면 신기술로 세계를 주도할 창업과 도전정신은 노르웨이에선 약한 편이다.

당국도 활발한 창업을 유도해 경제체질을 개선시키려고 하지만 고용의 경직성과 45%에 이르는 고율의 법인ㆍ소득세 문제로 창업은 원천적으로 어렵다. 높은 수준의 복지는 많은 세금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교육, 의료, 실업대책, 노후생활에서 높은 복지급여를 누리고 있지만 사회 전체의 활력은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같은 고비용 구조는 곧 높은 상품 가격으로 표현된다. 노르웨이 기업들이 생산하는 상품이나 서비스의 품질수준은 높지만 가격경쟁력이 높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이는 곧 지속적인 복지 유지를 위한 기반이 약화되고 있다는 뜻이다. 더불어 높은 청년실업 역시 기업의 인적자본 축적을 떨어뜨림으로 인해 세수기반 약화와 복지를 지탱하는 재정지출 대수술로 이어질 게 틀림없다.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에 이어 최근 핀란드에서 조차 우파정당의 약진이 점점 두드러지는 것은 이런 위기감이 반영된 결과라고도 볼 수 있다.

보편적 복지든 선택적 복지든 간에 지속가능한 복지와 성장은 결코 해결이 쉽지 않은 문제다. 그런데 우리 정치권은 다음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설익은 복지논쟁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부유한 복지선진국들 조차 몸살을 앓는 현실에 비춰보면 가볍게 접근할 문제가 아니다.

<올레순드(노르웨이)=조문술 산업부 차장/freihei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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