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시장의 새로운 화두로 시니어 창업이 주목받고 있다.
‘인생 2모작’을 피할 수 없는 고령화 시대에 은퇴 이후의 삶은 누구나 품고 있는 고민이다. 게다가 베이비붐 세대(1955~63년생)의 퇴직이 본격화되면서 시니어 창업은 당사자 뿐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시급한 해결과제로 떠올랐다.
700만명에 달하는 베이비붐 세대에게 재취업이나 창업은 더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다. 이에 맞춰 시니어창업 재교육 프로그램이 사회 곳곳에서 늘고 있고, 경륜과 지식을 바탕으로 새로운 시장에 도전하는 시니어 창업도 늘고 있는 추세다.
특히 다양한 경험과 전문지식을 갖춘 시니어, 이른바 ‘액티브(active) 시니어’는 창업ㆍ재취업 시장의 새로운 원동력으로 떠올랐다. 전문가들은 성공적인 인생 2모작을 위해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민간에서 제공하는 창업 교육 및 시니어 창업 대책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한다.
외식 프랜차이즈 전문기업 금천F&B는 창업컨설턴트인 손재호 금천F&B 대표가 직접 시니어를 대상으로 창업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다.
손 대표는 “퇴직후 재취업을 하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창업에 눈을 돌리는 게 오히려 더 성공확률이 높다”고 전했다. 또 “청년창업의 경우 새롭게 도전할 수 있는 시간과 능력이 있기 때문에 실패가 새로운 성공의 동력이 될 수 있지만, 시니어들은 그렇지 않아 30대부터 미리 시니어 창업에 관심을 갖고 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금천F&B는 현재 육류외식업에 종사하거나 관련 예비창업자를 대상으로 창업 아카데미를 매주 개최하고 있다. 특히 전체 참여자 중 시니어가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는 게 특징이다. 시니어들을 대상으로 육류 품종, 부위, 유통구조 등 기본적인 지식과 함께 좋은 육류를 어떻게 구매할 수 있는지, 숙성과정에 따라 육류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효과적인 메뉴 구성 및 진열방법은 무엇인지 등을 교육한다.
손 대표는 “학습 위주가 아닌 현장 위주로 실제 시니어들이 육류 관련 창업을 할 때 도움이 될 수 있는 내용을 중심으로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니어 창업자를 위한 전문 교육기관도 늘고 있다. 시니어창업스쿨은 시니어를 대상으로 본인 직무경험 등을 활용할 수 있는 경력개발형 창업교육, ‘업종전문 컨설턴트 양성과정’을 운영 중이다. 만 40세 이상, 직무경력 10년 이상의 퇴직자나 퇴직예정자가 대상이다.
이는 기존 직무경험을 바탕으로 지식상품이나 서비스 등을 개발해 고객에게 제공하는 전문가를 양성하는 프로그램이다. 운영기관인 마이구루 한명수 대표는 “경험과 지식을 체계화하고 상품화할 수 있는 기술을 배운다면 누구나 업종전문 컨설턴트로 활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중기청이 지자체, 대학 등과 함께 개소한 ‘시니어비즈플라자’도 시니어창업의 허브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올해 은평구에 처음 생긴 시니어비즈플라자는 조기퇴직자가 창업과 재취업에 성공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곳이다. 일종의 퇴직자 ‘사랑방’이자 ‘학교’인 셈이다.
작업실, 컴퓨터실, 회의실 등이 구비돼 있고 벤처ㆍ창업 지원에 관한 전문성을 갖춘 전문 인력이 시니어 창업 상담업무 등을 진행하게 된다. 올해 안에 수도권, 부산 등에 총 6개소를 설치할 계획이다. 교육 우수 수료생에게는 5000만원 한도 내에서 시니어창업전용자금도 지원한다.
중기청은 시니어비즈플라자를 중심으로 시니어 창업 및 재취업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 중기청은 시니어 유망창업업종 사업모델 20개를 개발, 관련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었고 50대 기업ㆍ기관과 업무협약을 체결해 퇴직ㆍ퇴직예정자 4000여명의 정보를 확보했다.
중기청은 이를 바탕으로 올해 1000개 창업, 3000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중기청 측은 “창업뿐 아니라 인력난을 호소하는 중소기업에 전문지식을 갖춘 시니어가 재취업할 수 있도록 다리 역할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각 분야의 전문지식을 갖춘 전문가가 모여 새로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는 사례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켈로그, 포스트가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시리얼 시장에서 새롭게 도전장을 내민 씨알푸드도 좋은 예다.
이상범 씨알푸드 대표는 “1등 시리얼 전문가, 1등 벤처캐피탈리스트 등 업계에 이름을 날린 노병(老病)이 힘을 합쳐 회사를 설립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기존 글로벌 시리얼 생산업체만이 보유하고 있던 시리얼 생산기술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도 ‘전문가 노병’이 힘을 합쳤기 때문이다. 제조업에 종사하고 싶다는 꿈을 따라 벤처캐피탈리스트를 그만두고 사업 아이템을 찾던 이 대표는 우연히 시리얼업체 공장장에서 은퇴한 현 부사장을 만났다. 머리를 맞대 설계 도면을 그리고 실패를 반복하길 수차례, 씨알푸드의 시리얼은 이렇게 탄생했다.
이 대표는 “은퇴자의 축적된 기술과 경험이 그대로 사라지는 건 사회적으로도 큰 손실이다. 씨알푸드의 성공이 한국의 은퇴문화에도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김상수 기자 @sangskim>dlcw@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