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었을때 백인 남성들에게 성폭행을 당했던 미국의 한 흑인 할머니가 67년만에 미국 앨라배마주 의회로부터 사과를 받았다. 당사자들에게서 직접 사과를 받은 것은 아니지만 일부라도 할머니의 한은 풀리게 됐다.
앨라배마주 상원은 67년전 백인 남성들에게 성폭행을 당한 레시 테일러(91) 할머니에게 경찰이 성폭행범을 제대로 수사하지 않고, 배심원단이 인종주의 편견에 사로잡혀 기소를 하지 않은 행위에 대해 깊은 유감과 사과를 하는 결의안을 21일 구두표결을 통해 통과시켰다. 앞서 앨라배마주 하원도 지난 3월 같은 내용의 결의안을 통과시킨 가운데 로버트 벤틀린 주지사는 빠른 시일내에 결의안에 서명해 효력을 발휘하게 할 방침이다.
앨라배마 주의회가 뒤늦게 결의안을 통과시키며 사과한 테일러 할머니 성폭행 사건은 67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는 흑백 인종차별이 너무도 심했던 때였다.
당시 앨라배마주 남동부 애버빌에 살던 24살의 테일러 양은 교회에 갔다가 귀가하는 길에 백인 남성 7명으로부터 흉기로 위협당한 후 승용차 편으로 외진 숲속으로 끌려가 성폭행을 당했다.
하지만 당시 인종주의 편견이 심했던 지역 경찰은 이 사건을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 심지어는 테일러양의 잘못된 행실때문에 사건이 발생했다고 몰아세우기까지 했다.
사건 후 테일러양 집에는 화염병까지 날아들어 아버지가 집 주변을 지켜야 할 정도로 주변의 협박행위가 잇따르기도 했다.
여기에 두명의 백인 남성 등 모두 남성들로 구성된 대배심은 성폭행 용의자들을끝내 기소를 하지 않았다. 성폭행범들은 이에 따라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았다. 이들은 벌을 받지 않고 살아오다가 수년전 세상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을 잊지 않고 결의안 통과를 주도한 덱스터 그림즐리 주 상원의원은 “경찰은 제대로 수사를 하지 않은 것은 물론 피해자를 놀리기까지 했다”며 “성폭행범들을 처벌하지 않은행위는 도덕적으로 혐오스럽고, 불쾌한 행위들”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사과는 앨라배마 관리들이 과거 인종주의에 사로잡혀 잘못한 행위를 늦게나마 바로 잡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30여년 전 고향을 떠나 플로리다주로 이사한 할머니는 이 소식을 듣고 가슴의 한을 풀었다. 할머니는 “정말 오랜 시간이 걸리기는 했지만 사과를 한 점에 만족한다”고 소감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할머니는 현재 건강이 좋지 않지만 오는 5월 어머니의 날에 고향을 방문해 결의안 사본을 증정하는 행사에 참석할 예정이라고 조지아 지방신문인 ‘애틀랜타 저널 컨스티튜션’(ajc)이 AP를 인용해 보도했다.
<김영상 기자 @yscafez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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